최근 충청도 폐석면광산 인근의 채석장에서 생산돼 4대강 사업과 지방자치단체 하천정비사업 등 정부 관급공사에 사용되는 석재에서 발암물질인 트레몰라이트가 함유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석재들의 용도는 다양했다. 지난 2004년부터 하천 조경석이나 학교 담장 등 전국 210여곳에 관급자재로 납품됐다. 이 외에도 지하철 석면 문제는 여전히 소란스럽고, 최근에는 석면 폐자재 매립장에서 부주의하게 다뤄지고 있는 ‘1급 발암물질’의 관리부실이 고발되기도 했다.

석면탈크·석면 파우더·석면 의약품 등 석면 사용에 대한 문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 지금껏 사용된 석면의 관리와 폐기 그리고 자연발생석면(광산이나 석재에 포함돼 있는 석면)의 문제는 정부종합대책 발표 이후에도 사회면의 단골 역할을 주저하지 않는 듯하다. 안타깝지만 당분간 관련 보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관련 보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석연찮게 안타까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석면이 함유된 석자재가 학교나 공원에 사용된 내용을 고발한 보도에서 한 시민은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애들 놀게끔 조성한 곳이 석면으로 오염돼 있다니 애들 데리고 다니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반면 석면 매립장 관련 보도에서는 희미한 이미지로 처리된 매립장 노동자가 "폐석면을 매립장에 쏟아 부으면 포크레인이 부수고 매립을 하는데, 비닐이 다 찢어지고 먼지도 난다”는 내용을 비밀스럽게 전하고 있다. 기자는 석면 폐자재는 철저하게 밀봉해서 땅속에 묻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상당수 매립장에서 석면자재를 일반쓰레기 다루듯 부주의하게 다루면서 석면폐자재를 완전히 밀봉하도록 돼 있는 노란색 비닐이 찢겨진 채로 여기저기 널려 있고 결과적으로 매립장뿐만 아니라 주변 토양을 석면으로 오염시키고 있다고 고발했다.

두 보도는 이틀에 걸쳐 연속적으로 전파를 탔다. 석자재 문제에 이어 다음날 폐기물 처리가 보도됐다. 뉴스 보도라는 것이 사사로운 장치가 아닌 이상 우연한 고발이라기보다는 기획적인 접근이 아닐까 싶다. 연일 보도되는 석면 문제로 사회를 긴장시키는 뉴스의 효과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그래야만 석면관리가 제대로 성찰·계획돼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채비할 것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보도를 연이어 오버랩시켜 보면 걱정스런 표정의 시민은 피해자의 역할로 그려지고, 뿌연 이미지로 처리된 매립장 노동자의 뒷모습은 석면오염의 주범은 아니더라도 종범의 역할로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마치 석면 함유 건축자재를 포함하고 있는 재개발 현장에서 포크레인이 건축물을 철거하고 있으면 석면 오염 유발의 당사자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 당사자들일 텐데 말이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서 노동자들은 석면 문제의 핵심에서 비켜 가는 경우가 잦았다. 예를 들어 석면 탈크와 파우더의 경우 그것을 사용했던 일반 시민들의 불안은 충분히 소개됐지만 그것을 취급하면서 제조했던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석면 노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충청도 지역의 석면광산 인근의 주민들에게서 석면 관련 질환이 대대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보도는 떠들썩했지만 당시 석면광산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피해는 역시 소외되고 있었다. 재개발 지역에서 석면함유 건축물들이 무단으로 철거되고 있다는 소식과 그로 인해 주변이 석면으로 오염될 위험이 높다는 소식은 무성한데, 당시 철거에 투입된 노동자들이 직면했을 석면 노출의 위험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보도에서는 매립장의 노동자들이 보호구 착용도 없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잠깐 언급됐지만 그것이 전부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진이 발생하는 석면 폐기물 매립현장에서 보호구도 없이 포클레인이나 덤프트럭을 운전했다면 얼마나 높은 석면 농도에 노출됐을지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의 내용처럼 20년이 지나면 땅의 용도변경이 가능해 주택이 들어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하여 지금 석면으로 오염된 토양이 그날의 주민들 건강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당장 눈앞에 뻔히 보이는 노동자의 건강은 누가 눈치 채고 챙겨야 할까.

과거 석면 노출이 가장 많았을 것으로 예측되는 건설·궤도·조선·방직·자동차 관련 노동자들을 포함해 석면 노출이 가능한 산업과 그로 인한 피해에 관해 기획보도를 기대하는 것은 엉뚱한 욕심일까. 그 기대가 요원할 것일지라도 석면 피해의 직접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석면 문제의 논의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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