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새 위원장에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가 취임했다. 최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로 통한다. 마침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유연화 추진 등을 언급하면서 “노사정위가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사실 사회적 관심사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사내하도급 문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유연화 등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필요로 하는 의제들이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 들어 사회적 대화의 위상이 축소됐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 정부는 주요 현안을 사회적 대화로 해결할 생각이 있는 것일까. 산적한 주요 노동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회적 대화 의지일 것이다.



“최고통치권자부터 대화 자세 보여야”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노사정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회적 대화 가능성이 열릴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고용전략회의와 관련한 노동계의 참여 요청에 대해 일언반구 답이 없다. 말로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기업인들만 만날 뿐 중소기업 노동자 처우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채널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 상반기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임금과 고용 유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노동부는 사전에 이를 조율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노동계와의 대화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장관과 노사정위원장의 운신의 폭만 좁힐 뿐이다. 박재완 노동부장관이 얼마 전 노사정위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동유연화 등과 같은 의제를 노사정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풀 의사가 있는지, 그 내용을 보여 줘야 한다.
지금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노동계와의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요원할 뿐이다. 대통령은 전경련·기업주는 만나 왔지만 노동계와는 그런 자리를 마련한 적이 없다. 최고통치권자부터 나서 대화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화 거부자는 정부·사용자”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자신을 일컬어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라고 칭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자본적 성향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친서민을 외쳐도 이를 부정할 수 없다. 친서민을 하겠다면서 노동을 무시하고 노조를 이토록 집요하게 탄압할 수 있겠는가. 모든 서민의 생존수단은 바로 노동이 아닌가.
이명박 정권이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을 하지 않는 이상 사회적 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노사정위원회는 소탐대실의 공간이다. 노동자를 대화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 같지만 결국 친기업과 시장논리의 강화를 위해 명분을 쌓고 구색을 갖추는 자리에 불과했다. 그곳에서 노동자는 들러리다.
매월 진행한다는 국가고용전략회의에도 피고용 당사자인 노동계는 아예 배제됐다. 공정을 말하는 지금도 대통령은 사용자들과 둘러앉아 있을 뿐이다. 대·중소기업 상생도 잘될지 의문이다.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교섭조차 거부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유행병이 됐다. 대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쪽은 정부와 사용자가 아닌가.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사정위, 사회적 대화 주도하길”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




당면한 노사 현안 중에 사회적 대화라는 기제로 해결될 사안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노사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각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만 하는 행태를 보이는 측면이 있다. 노사관계·법제뿐만 아니라 사회현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물론 노사가 자기성찰을 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사정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각 주체를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내하도급 문제, 노동유연화를 비롯해 최근 이슈가 되는 공정사회도 전 국민의 사회적 합의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노사정위는 이런 문제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신임 노사정위원장이 취임할 때마다 이런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 성과가 적은 편이다. 그렇더라도 노사정위는 복잡다단한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은 계속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선진화도 불가능하다. 누가 나서든 풀어야 할 숙제다. 그 역할을 노사정위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사정위 역할 컸지만 의제·방식 변해야”
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정책협력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중앙 차원의 사회적 대화 틀로서 많은 역할을 해 왔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주도적 역할을 했다. 노사정위의 이러한 역할과 기능은 현재, 미래에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최근에는 노동 문제의 본질이 복잡·다양화되는 추세다. 정부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투명성·효율성·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는 사회적 대화만큼 효율적인 방식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간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제도개선에 치중하면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논의가 장기화하는 등의 한계도 있었다. 따라서 노사정위는 일자리 창출 등 생산적 의제가 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앞으로 노사정위가 갈등·대립 중심의 87년 노사관계 체제를 넘어 새로운 노사관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당사자 간 신뢰회복부터”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부)


원칙론적으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닥치고 있는 여러 상황이 절실하게 사회적 대화를 필요하게 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당사자 간의 신뢰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뒤 2년 반 동안 신뢰가 쌓였는지 의문이다. 특히 민주노총과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제안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압박공세만 펴고 있다. 민주노총의 주장을 정부가 진지하게 접근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조치 없이 사회적 대화를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명분만 얻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질적이고 진지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새 대두되는 상생협력 문제는 대·중소기업 간의 해법이 필요하고, 사내하도급 문제 역시 법률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현행법을 제대로 적용하면 풀 수 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의제들은 오히려 일자리 창출과 전임자임금, 복수노조 문제다.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했는데, 진지하게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무조건 사회적 대화에 들어오라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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