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하고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지만 감시·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케이블방송 공공성 강화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희망연대노조 씨앤앰 공동대책위원회와 최문순(민주당)·홍희덕(민주노동당)·유원일(창조한국당)·조승수(진보신당) 등 4명의 국회의원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투기자본의 씨앤앰 지배구조 문제점과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인수·합병 급증, 집중화 심화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2008년 기준 전체 종합유선방송사의 매출액은 2조4천1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5%가 증가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며 "전체 매출액의 60% 정도를 3곳의 종합유선방송사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 기업의 대주주 모두가 대기업이나 외국 투자자본이었다"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방송산업에서 MBC나 KBS 등 지상파방송의 매출 점유율은 2005년 41%에서 2008년 35%로 줄어든 반면 종합유선방송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3%에서 21.9%로 증가했다.
2008년 기준 103곳에 이르는 전체 종합유선방송사의 매출액은 2조4천18억원에 달했다. 이 중 59.5%에 달하는 1조4천283억원을 티브로드(5천473억원)·CJ헬로비전(4천651억원)·씨앤앰(4천159억원) 등 3개사가 거두고 있었다.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은 30대 기업 안에 드는 태광산업과 CJ가 대주주이고, 씨앤앰은 호주계 자본인 맥쿼리와 국내 투자자본인 MBK파트너스가 공동조성한 사모펀드인 '국민유선방송투자'가 대주주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케이블TV 사업자의 방송권역 제한과 소유·겸영 규제 제도가 완화되면서 종합유선방송사들의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심화할 것"이라며 "특정 기업은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지만 주식을 상장한 곳이 없어 감시·견제가 어렵고 대기업이나 외국 투기자본의 진출도 용이하다"고 우려했다.

실제 정부는 2008년 9월 1개의 종합유선방송사가 전국 77개 방송권역 중 최대 5분의 1(15곳)을 넘지 못하도록 한 소유·겸영 규제를 3분의 1 이내(25곳)로 완화했다. 또 방송 소유 규제 대기업 기준을 자산총액 3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했고, 외국인의 지분소유 제한도 33%에서 49%로 올렸다.

노동조건도 열악해져

특히 주요 종합유선방송사들은 매출액 대비 고용인원수가 적고 1인당 매출액에 비해 임금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기준으로 각 사업체가 방통위에 신고한 종사자수는 매출액 순으로 티브로드가 573명, CJ헬로비전이 588명, 씨앤앰이 271명에 불과했다. 총매출액을 전체 종사자수로 나눈 1인당 매출액은 티브로드가 9억5천만원, CJ헬로비전이 7억9천만원이었고 씨앤앰은 무려 15억3천만원에 달했다.

이에 반해 각 회사의 신입 초임은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이 2천800만원으로 동일했고, 씨앤앰은 1천700만원에서 2천만원 수준이었다. 세 곳 모두 1인당 매출액과 큰 차이를 보였다. 씨앤앰의 경우는 고용인원이 적어 1인당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임금은 동종업종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들보다 낮았다.

토론회에 참가한 김시권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 사무국장은 "업종 평균 신입 초임이 2천498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씨앤앰의 임금은 턱없이 낮은 상태"라며 "인수합병을 하면서 업체별로 달랐던 임금체계를 통일하지 않아 같은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임금수준이 제각각"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투기자본의 배만 채우는 경영방식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장비 구매나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가입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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