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오는 12월 9일까지 100일간의 장정이다. 10월에는 국정감사도 예정돼 있다. 18대 국회 후반기에 치러지는 이번 정기국회는 매우 중요하다. 국정감사뿐 아니라 법률 제·개정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년 9월에 열릴 정기국회는 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다음해 선거에 쏠릴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와 법률 제·개정에 주력하기 힘든 정국이라는 얘기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의 쟁점은 ‘민생’이다. 여야는 민생 국감을 표방하면서 관련법안을 경쟁적으로 내고 있다. 이러다보니 민생에 ‘노동분야’도 다수 포함됐다.
최근 노동현안과 맞물려 관심이 쏠리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계류 법안은 대략 다섯 가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제조업 사내하청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 여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지원제, 실업급여 수급 확대와 관련된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외에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를 법으로 강제하고, 사용자에게 교섭거부권을 부여한 교원노조 설립 및 운영법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타임오프와 관련된 노조법 제·개정안이 계류돼 있지 않다. 단, 김성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을 포함해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 개정을 함께 다루겠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여야는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보다 국정감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기국회에선 타임오프 도입 후 산업현장의 실태, 고용노동부가 낸 타임오프 매뉴얼과 근로감독관의 현장지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에선 타임오프제 폐기를 포함해 노조법의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노총 일각에선 내년 7월에 예정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도입에 반대하는 입법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노조법 재개정이 이번 정기국회를 계기로 여론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력을 집중해 통과시킬 법안(40개)에 사내하청 문제와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포함시켰다. 이 법안에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시켰다. 상시적 업무인 경우에는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도록 하되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에게 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김재윤 의원이 올해 2월에 제출했다.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지난 7월 대법원의 판결을 고려하면 김재윤 의원 발의법안은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미 원청대기업의 사용자성이 확인됐고,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됐기에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적용되려면 파기환송심에서 확정판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정규직 간주 범위가 2005년 7월1일 이전입사자에 국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 의원 발의법안은 의미가 있다. 적어도 대법 판결의 당사자인 현대자동차 외에 2·3차 협력업체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려하더라도 제도개선은 절실하다.
 
기업들의 사내하청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법원의 판결뿐 아니라 제도개선으로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 발의법안을 계기로 기업의 사내하청 남용을 개선할 수 있는 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풍부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와 맞물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지원제도와 실업급여 수급자 확대가 포함된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겉으로 민생을 외치며 이미지 정치에만 매몰되는 행태는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이번 정기국회만이라도 국회의원들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감사와 법률 제·개정에 분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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