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저녁 찾아간 서울 안암동 고대의료원 안암병원. 병원 입구에는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 인증마크가 붙어 있었다. 병원 건물 안에는 유명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었고, 모든 시설이 깨끗했다. 병원 로비에는 고대의료원 안암·구로·안산병원 노동자 600여명이 집결해 있었다. 병원 사업장 중에서도 ‘좋은 직장’으로 알려진 고대의료원 노동자들이 왜 한자리에 모였을까.

“인력은 없는데 환자들의 검사대기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휴가를 제한했어요. 검사파트 신규 직원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고요.”
로비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현재 고대의료원이 처한 현실을 이같이 말했다.

“신규 직원을 가르칠 여유요? 그런거 없어요. 2년이 되면 비정규직은 다시 신규직원으로 채워지죠. 인수인계할 시간도 없어요. 요즘은 아예 경력직 비정규직을 채용합니다.”
고대의료원 안암병원은 지난해 8월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JCI 인증을 받았다. 당시 언론들은 지난 2006년 5월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한 이래 3년 만에 거둔 쾌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JCI 인증은 환자의 안전을 가장 강조한다. 그렇다면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은 어떨까.

“병원은 커지고 있는데 조합원(노동자)은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조순영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장의 말이다. 조 지부장은 “언론들은 병원을 칭찬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근로조건이 언제 개선되느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근무한 지 10년 됐다는 한 간호사는 “환자는 10년 전에 비해 두세 배 늘었는데 인력은 그대로”라며 “환자의 안전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정작 인력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고대의료원은 최근 진료지원파트를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고 한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인데, 병원 현장에서는 오히려 경력이 짧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 대형 병원에서는 JCI 인증 붐이 일고 있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각종 인증을 받은 사업장 여부가 아니다. 그 사업장에 비정규직이 얼마나 되느냐부터 따져 봐야 한다. 평생 내 직장으로 여기고 다니는 병원과 2년이면 그만둘 병원, 노동자는 어느 곳에서 최선을 다할까. 환자는 어느 곳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답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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