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7월9일 부산시 노포동에 소재한 부산지하철노조를 방문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전날(8일) 부산교통공단으로부터 청소업무를 위탁받은 청소용역업체 7곳과 임금교섭을 타결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부산교통공단에 이어 청소용역업체로 이어지는 올해 임금협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협상과 노조 전임자 문제를 분리했다. 단체협약이 오는 11월에 만료되기에 그때까지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필자는 임금협상을 마친 노조가 대의원 이상 간부들의 교육을 의뢰해 부산에 가게 됐다. 강의 주제는 7월1일부터 도입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에 대한 이해와 노사 간 협상 사례에 관한 것이다.

강연회가 예정된 날, 필자가 노조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였다. 은근히 걱정이 됐다. 부산역에 도착했는데 후텁지근한 공기가 밀려온 탓도 있지만 강의시간이 점심시간 후라 노조 간부들이 자칫 졸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딱딱한 강의주제와 새 제도에 대한 사전 이해가 미흡한 것을 감안하면 이런 예상은 너무나 당연했다. 일단 100석 가까운 강의실에 80여명의 간부들이 모였다. 수강하는 간부들을 찬찬히 보니 50대 이상 여성간부들이 많았다. 그들은 지난해 10월 부산지하철노조와 청소용역노조(공공노조 부산공공서비스지부)가 통합한 후 서비스지부에 소속된 여성간부들이었다. 필자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노조활동 경험이 부족한 50대 이상 여성 간부와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 간부들을 보니 강의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강의시간(1시간)과 질의응답(30분)이 진행되는 동안 50대 이상 여성간부들의 수강태도가 가장 돋보였다. 그들의 눈은 전혀 풀리지 않았고, 그들의 눈과 마주쳤던 필자가 되레 힘을 얻을 정도였다. 강연내용에 대한 질문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어려운 주제에다 딱딱한 강의였는데 열심히 따라오려는 노력이 보였다. 필자는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것이 원청-하청노조가 통합한 후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가 아닐까 라고 판단했다. 50대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의 적극적 활동이 노조에 새바람을 불러올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원청사인 부산교통공단 소속 노동자와 하청사인 청소용역업체 소속 노동자가 하나로 뭉치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청과 하청 소속 노동자 간 조합비 납부 수준이 다른데 동등하게 조합기금의 혜택을 줘야 한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하향 평준화돼지 않을까라는 원청 소속 노동자의 우려도 높았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원청 소속 노동자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또 하청 소속 노동자에게 조합기금을 동등하게 분배하다 보니 수입보다 지출이 커졌는데 이는 노조의 조직사업비와 임원 판공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추진하면서 청소용역업체의 경영실태를 파악해 7개의 청소용역업체의 임금수준을 통일시키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성과가 있으면 과제도 있는 법이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합 후 청소용역노동자의 노조 가입이 늘지 않고 되레 줄었다. 원청과 하청 사용자의 대응이 본격화한 탓이라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또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 정서적·문화적 간극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통합 후 10개월이 지난 만큼 이런 문제들은 노조가 하나씩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서비스지부가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 간부들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박양수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의 말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매일노동뉴스 8월23~24일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동거’ 기고 참조)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 연대가 노동계의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도급과 하청 논란의 쐐기를 박는 판결을 한 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실질적 사용자로 판정된 현대자동차를 향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한편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간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노조 직가입 또는 하청노조와의 통합을 미루거나 회피해 온 태도를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별노조도 아닌 기업별 노조이면서 하청노조와 통합한 부산지하철노조 사례는 노동계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