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살아있다면 올해로 예순셋. 하지만 그는 언제나 스물셋의 ‘아름다운 청년’ 노동자의 벗으로 남아 있다. 26일은 그의 생일이다. 오는 11월13일이면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는다. 스물셋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40년 전 어린 시다들을 보며 눈물 흘리며 발을 굴렀고 급기야 그의 몸을 불살랐다.

40년이 지난 26일 청계천 6가에 그의 정신을 잇고자 하는 이들이 다시 모였다. 그가 몸담고 불살랐던 평화시장이 코앞에 있는 버들다리 위에 말이다. 버들다리는 5년 전 35주기 때 전태일 정신을 잊지 말자며 노동자·시민의 참여로 흉상을 세우고 동판을 깔았던 바로 그곳이다. 당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흉상을 뒤로 하고 양대 노총 위원장과 같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40주기를 맞기까지 지난 5년은 잊혀진 세월이었나 보다. 이 다리를, 거리를 잊고 5년 만에 다시 버들다리를 찾아 ‘전태일다리’라는 공식 이름을 찾아주자고 모였으니 말이다. 이수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 행사위원회(준)’ 준비단장은 “버들다리 위에 전태일 흉상을 세워 오고가는 사람들의 벗이 되게 하자고 했지만 그간 우리는 그 이름과 거리를 포기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5년의 세월은 단순히 기억만 가져간 게 아니었다. 언제나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가 돼 줬던 이소선 여사의 건강도 앗아갔다. 이날 이소선 여사는 병상에 누워 있었고, 아들의 40주기 행사의 첫 출발이 되는 선포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오랜 세월 이소선 여사의 동지였던 배은심 유가협 회장은 “전태일은 죽어 가면서 어머니에게 근로기준법대로 일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고 어머니는 40년간 아들의 유언을 가슴에 안고 살았다”며 “그런 어머니가 이 자리에 계시지 않다”고 굵은 눈물을 쏟았다.

그럼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전태일 정신이다. 그의 생일인 26일부터 기일인 11월13일까지 80일 동안 매일 8명의 각계각층 인사가 1시간씩 릴레이로 전태일거리 이름찾기 캠페인을 벌인다니 말이다. 모두 640명이 동참하게 될 이번 캠페인에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실업자·청년·청소년·전태일 평전을 읽고 감명 받은 초중고생·영세자영업자·일반시민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할 예정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 같다. 이소선 어머니가 쾌차해서 11월13일엔 전태일다리를 보시기를 기대한다. 전태일 정신이 모두에게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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