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6개월여 만에 수장을 찾으면서 위기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희범 회장은 산업자원부 장관과 차관 등을 거치면서 기업인들과의 친분이 넓은 것이 경총의 새 회장으로서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산자부장관을 지내면서 재계가 반발했던 각종 법안과 관련해 경영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동부·보건복지부와 각을 세우고 대립한 일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TX 조선과 에너지·중공업 등에서 고위급 임원이나 최고경영자를 수행하면서 노사관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일은 거의 없다. 다만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경제 5단체 모임에서 경총의 보고를 자주 접했다. 이에 따라 노사관계를 전담하는 사용자단체 회장으로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경총의 설명이다.

장기간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위기설에 시달렸던 경총 입장에서는 적임자를 만난 셈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기업 대표들이) 다들 (회장직을 맡는 것은) 안 된다고 하니 맡게 된 것”이라며 3개월 고사 끝에 회장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기업인들의 경총 회장직 기피현상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복수노조·전임자임금과 관련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이 경총을 탈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장기간 회장직 공석 사태를 부채질했고, 경총은 위기설에 휩싸였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로의 흡수설’까지 나도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집단적 관계에서 개별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경총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황인철 경총 홍보기획본부장은 “최근 나온 위기설은 근거가 없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경총은 노사관계나 노동정책과 관련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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