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인도의 자동차제조 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그룹)가 주인공이다. 지난 5월 인수의향서를 접수하면서 시작된 쌍용차 매각전은 르노-닛산과 마힌드라그룹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앞선 기술력과 세계적 판매망을 가진 르노-닛산이 막판에 포기하면서 마힌드라그룹은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그룹으로부터 입찰대금의 5% 수준인 입찰이행 보증금을 받은 뒤 8월 말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의 부채(7천200억원)에 근접하는 4억8천만달러(5천600억원)를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 인수를 위해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채권단은 마힌드라그룹의 자금력과 경영능력에 대한 정보가 없어 본 계약 체결 전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계적 자동차기업인 르노-닛산이 인수하기를 기대했던 채권단의 예상된 반응이다. 그렇다면 쌍용차 채권단조차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인 마힌드라그룹은 어떤 기업일까.

마힌드라그룹은 인도 내에서 재계 10위권에 드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설립 당시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조립·생산했다.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의 소형 SUV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 내에서는 마힌드라그룹의 SUV 차량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마힌드라그룹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신생 기업에 불과하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성장력이 높지만 자동차 기술은 후발국가에 해당된다.
 
마힌드라그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쌍용차의 앞선 디젤엔진 기술과 SUV 생산기법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그룹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여기까지다. 자금력과 경영능력, 향후 투자의지 등 마힌드라그룹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힌드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됨에 따라 쌍용차가 인도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모호한 평가만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차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SUV차량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낮다. 내수시장만 겨냥한다면 쌍용차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다. 인도 시장에 쌍용차를 수출한다하더라도 마힌드라그룹의 자국 브랜드와 겹친다.
 
마힌드라그룹은 자국 브랜드의 경쟁력 향상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마힌드라그룹이 자국보다 임금이 수배 비싼 한국공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때문에 마힌드라그룹은 투자 약속을 외면하고 기술빼가기에 혈안이 됐던 상하이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졸속매각’이 되풀이 될 수 있다.

마힌드라그룹과 쌍용차 채권단은 본 계약 체결 전까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의 부채를 털어내는 수준의 인수가격을 제시했을 뿐이다. 이것만으론 쌍용차를 정상궤도로 올릴 것이라는 마힌드라그룹의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적어도 8월 말 본 계약 전까지는 쌍용차를 정상궤도로 올릴 수 있는 투자이행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신차개발과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계획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

신차개발에 따라 생산설비를 확충하게 되면 되레 숙련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정리해고 사태의 여파로 인력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숙련인력의 복귀야말로 쌍용차의 정상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무엇보다 쌍용차 대타협이 있은 후 1년이 지난만큼 무급휴직자(468명)의 업무 복귀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무급휴직자는 고용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실업급여나 퇴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이중삼중의 생활고를 겪어왔다. 정리해고 아픔을 극복하고 노사 간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무급휴직자의 원직복직은 너무나 당연하다. 마힌드라그룹은 공장을 떠난 숙련인력의 원직복직 계획을 제시해 쌍용차 정상화의 의지를 확인시켜 줘야 할 것이다.

채권단은 이를 전제로 채권 회수 속도를 조정하거나 추가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마힌드라그룹이 제시한 투자계획서에 대한 이행 보장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다. 채권 회수에만 골몰하고 상하이차의 기술빼가기와 생산 축소에 수수방관했던 종전의 행태와 결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에 맡기고 개입하지 않았던 관계당국 태도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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