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청와대가 대대적인 내각개편을 단행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등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며 국정운영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친서민 정책의 핵심은 노동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노사정 관계자들이 이명박 정부 새 내각에 무엇을 바라는지 들어봤다.


"청년일자리·타임오프 문제 해결해야"

청와대는 파격적으로 젊어진 개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통이 돼야 한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소통을 하지 않았다. 이번 개각이 진정 국민과 소통하는 개각이기를 바란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서는 청년층 일자리 정책 마련에 우선 나서 주기를 바란다. 표면상 고용지표가 좋아진다고 하나 20~30대 청년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새 내각은 눈에 보이는 고용지표가 아니라 청년층이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발전을 말하지만 이는 청년층 일자리 문제와 무관치 않다.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노동현장에서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새 내각은 타임오프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 산업사회의 주역은 노동자다. 건전한 노조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하반기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과도 직결된다. 일방적인 법 개정으로 노동계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친서민정책 핵심은 노동기본권 강화"

새 내각이 물리적 나이가 젊어졌다고 하지만 생각까지 젊어진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입각하면서 친기업적이고 개발독재적인 국정운영 기조가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내정된 국무총리나 장관들은 '리틀 이명박'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정부는 새 내각을 발표하면서 친서민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까지는 '말로만 친서민'이다. 구체적인 정책도 없고, 당사자인 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조치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친서민정책의 핵심은 노동기본권 강화가 돼야 한다. 노동기본권을 강화한다면 당연히 서민의 삶도 윤택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기본권은 오히려 약화됐다.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노동 문제를 다룬 적이 없다. 관련 경험도 부족하다.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노동계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당사자들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노동정책을 대폭 바꿔야 한다. 친기업·반노조적인 정책과 타임오프 제도로 노조활동을 약화시켰던 이전 장관의 정책을 답습한다면 노사·노정 간 평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시장경제와 노사관계 원칙 확립해야" 

시장경제의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최근의 국정기조 전환이 포퓰리즘으로 흘러 시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주기를 바란다. 지난 반세기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최근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공로를 인정하기는커녕, 대기업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쳐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타임오프 제도를 정착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고용을 가로막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관련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기업들이 기꺼이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어렵게 도입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가 현장에 근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가고용전략 수립·노동연구원 정상화 시급"

중장기적인 국가고용전략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교육과 노동시장정책까지 포함하는 국가고용전략을 만든다고 했지만 그동안의 실적은 지지부진해 보인다. 눈에 띄는 정책이 없고, 하반기에 예정됐던 최종 전략 발표도 늦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용부진은 오래된 문제이기 때문에 최근 고용상황이 개선된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간 정부정책을 뛰어넘는 중장기 전략이 나올지 의문이다.
특히 국가고용전략을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실적이 축적된 한국노동연구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주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새 내각이 출범하면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명색이 정부출연기관인데, 연구원 활용방안에 대해 분명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연구원 구성원들에게 잘못이 있었다면 제재조치를 취하거나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된다. 정상화에 대한 기조도 없이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연구원을 배제하는 것은 정부로서 떳떳한 태도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노총과는 각종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이나 전국공무원노조 등과는 대화하지 않는 것 같다.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법을 집행할 때는 집행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화노력이 필요하다.

"노동부, 이름답게 노동정책 펴야"

이명박 정부는 워낙 노동정책이 없는 정부다. 노동부가 노동자의 편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때문에 사실 누가 노동부장관을 해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얼마 전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이름을 바꿨다. 워낙 고용 문제가 심각하니까 그랬을 것이다. 아무쪼록 신임 노동부장관이 이름에 걸맞게 노동정책을 잘 펴기를 바란다.
시간강사 교원지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시간강사 문제는 해방 이후 한국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다. 외국에서도 시간강사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다. 사립대가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몇몇 훌륭한 사립대도 있지만 비리부패 재단이 매우 많다.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 발생할 것이다.
정규직 교수는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교수에 비해 여러 가지 조건은 낫지만 지방사립전문대 교수들의 처우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많은 대학에서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수노조 합법화다. 다른 노조만큼 탄압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징계하고 면직·해직시키는 곳도 있다. 교수도 월급을 받는 정신노동자라는 점을 노동부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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