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노동분야와 인연이 거의 없는 편이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관료·시민단체 간부·대학 교수·국회의원·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거치면서도 노동정책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다. 때문에 노동정책에 대한 박 내정자의 철학을 선뜻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며, 일각에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현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간간히 노동계와 마찰을 일으켰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과 관련해 노동계와 대립각을 그리면서도 물밑 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공무원·언론노조와 악연=박 내정자는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정부혁신규제개혁TF 팀장을 맡으면서 총 3만9천여명의 공무원 정원 감축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첫 해에만 7천여명의 공무원이 줄었다. 때문에 공무원노동계는 박 내정자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공무원노조와의 악연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6년 9월에도 있었다. 당시 옛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의 노조사무실 폐쇄 방침에 반발해 경남 창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 출신 의원으로 구성된 한나라당 상록회 소속 의원 39명이 “불법집회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때 박 내정자는 39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노조와의 갈등도 있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었던 박 내정자는 2008년 7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방송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올해 5월에는 박 내정자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다룬 KBS 시사프로그램이 방영되지 못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사건은 최근 파업을 벌였던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행사에 참석=박 내정자는 의원이었던 2006년 9월 당시 서울시장 임기를 끝낸지 얼마 안 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의 출범식에 참석했다. 같은해 1월에는 전교조 반대를 기치로 내 건 ‘뉴라이트 교사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하는 등 뉴라이트 계열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 밀었다.

◇주요 노동현안 조율도=반면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시설 성과연봉제 도입·임금피크제·신입직원 임금삭감 등 공기업 정책과 관련해선 한국노총 관계자들과 꾸준히 대화해 왔다. 지난 6월까지도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한국노총 측과 만났다. 신입직원들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고, 올해 6월에 최종 결정날 예정이었던 성과연봉제 도입을 미룬 것은 한국노총과 박 내정자가 협의한 결과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동계는 현정부의 공기업 정책을 만든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에 비해 박 내정자를 온건파로 분류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