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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 재취업훈련 체계적교육 안돼 중도포기 속출
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W직업전문학교. 40여명의 실직자들이 ‘리눅스(Linux) 설치와 명령에 대한 이론’을 듣느라고 여념이 없다. 그러나 훈련생들이 많은 탓인지 수업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강사가 열심히 설명하지만 훈련생들은 기초지식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인지 어리둥절해하는 눈치다. 강사의 설명이 너무 지루하고 전문용어 위주로 이뤄져 첫 눈에 봐도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가 구조조정으로 퇴직했다는 원모 씨(32·서울 양천구 신월동)는 “컴퓨터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에 앞서 같은날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K직업학교. 인터넷 개론, 서비스, 검색 등을 다루는 인터넷 강의시간. 그러나 훈련생이 45명이나 돼 밀도 있는 수업은 처음부터 어려워 보인다.

수업이 시작된지 10분쯤 지났을 무렵 수업에 늦은 한 훈련생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교사가 “지각처리하겠다”고 말하자 훈련생이 “10분 늦은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며 입씨름을 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수업 분위기가 깨졌다.

웹마스터 교사인 김영선 씨(28)는 “훈련생들의 수준과 나이가 천차만별이어서 제대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실직자 재취업훈련은 교육부실-시설미비-불안정한 인력수급 등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지 못하는 등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또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에다 취업 훈련방식이 지나치게 성과중심으로 이뤄져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재취업률 저조=서울 용산 W직업학교의 지난해 취업률은 75%, 신설동의 K학교는 취업률이 56%였다. 이들 학교 훈련생의 취업률은 그래도 비교적 나은 편이다. 노동부의 ‘실직자 재취업 훈련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훈련생들의 평균 재취업률은 대부분 40% 수준을 넘지 않는다. 김미숙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취업률이 평균 20~30%에 머무는 훈 련기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훈련기관의 절반이 훨씬 넘는 정부 지정학원의 경우 지난해 평균 취업률은 46.8%였다. 민간 직업학교의 취업률은 34%로 이보다 훨씬 낮다. 업종별로도 간호의료 분야(74.5%)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전자관련 직종(22.0%)은 아주 낮아 업종간 취업 불균형도 심각하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기능대학이나 직업전문학교, 직업훈련원 등의 취업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한 해 50개 정부운영 훈련기관의 평균 취업률은 35.3%였다. 기계, 장비 분야의 취업률이 40%대에 이르는 데 비해 정보, 통신 등 이른바 잘 나간다는 정보기술(IT) 분야는 20%대다.

한얼경제사업연구소 만철웅 책임연구원은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경우 10명 가운데 2명만이 취업에 성공한다”며 “훈련의 최종목표가 재취업에 있다고 볼 때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훈련생 중도탈락=직업 훈련생들의 중도탈락은 위험수위다. 학원과 민간직업학교의 경우 지난해 10명 가운데 3명이 중간에 그만 뒀다. 기능대학이나 직업전문학교, 직업훈련원 등 공공훈련기관조차 중도탈락률이 20%나 될 정도로 높다.

서울시내 H자동차학원 강모 원장(47)은 “훈련생으로 등록한 15명 가운데 일주일 만에 3명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광고를 내고도 훈련생을 못구해 허덕이는 훈련기관이 상당수에 이른다.

훈련생들의 중도탈락에는 질병, 가정불화 등 개인적인 사정도 있지만 생계와 훈련적응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현재 훈련생 1명당 식대와 교통비조로 매달 10만~12만원을 지급한다. 훈련생 이충연 씨(32·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은 “실직가장인 경우 수입없이 막연히 몇개월씩 직업훈련을 받기가 어려워 그만두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말했다.

◆부실교육=교육기간은 대부분 4개월. 일부 IT 고급반이 6개월 정도다. 훈련 프로그램이 대부분 단기간에 끝나기 때문에 일자리를 얻더라도 현장에 적응하기가 사실 어렵다. B정보산업에 재취업한 안모 씨(28)는 “4개월 교육으로는 실무를 처리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훈련생 가운데 심지어 기본개념조차 익히지 못하고 교육을 마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훈련생 이모 씨(32)는 “교육의 내용을 제대로 익히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산이 제한돼 있는데다 정부가 성과가 앞세워 ‘단기교육-조기 재취업’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 문제다.

훈련이 부실하다 보니 취업자격증 취득도 부진해진다. 일반 사설학원의 경우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평균 45.9%에 머문다. 민간기관에서 실시하는 자격증 취득률은 17.1%로 훨씬 낮다.

재취업 때 자격증을 요구할 경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안양의 A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교사나 강사의 20~30% 가량이 훈련과정에 필요한 자격증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사설 직업학교 16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훈련생 만족도 조사에서 20.2%가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훈련생들의 불만 가운데는 제한된 훈련직종(19.7%), 교·강사(18.4%), 훈련내용(13.8%) 등이 문제가 많았다.

훈련생이 40~50명에 이르는 무더기 수업도 해결과제로 꼽힌다. 훈련기관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소수정예 수업은 꿈도 꾸기 어렵다.

◆IT 분야 훈련의 허실=서울 영등포의 H직업학교 박모 과장(46)은 “훈련과정 승인을 받아놓고도 훈련생이 부족해 개강일자를 부득이 1주일 뒤로 미뤘다”고 말했다. 강남에 있는 모 IT학원의 경우도 100여명의 훈련생 승인을 받았으나 27일 현재 절반 정도만 모집을 한 상태다.

인력수급을 무시한 무분별한 직업훈련은 확실히 문제다. 미용이나 간호, 기계 등 일부 전통산업의 취업률은 평균 50~60%에 이르는데 비해 IT 쪽 취업률은 예상과는 달리 20~30% 정도다.

류장수 부경대 교수(경제학부)는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없으면 또 다른 실업사태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훈련생모집인원(민간직업학교)의 46%가 정보통신직종이지만 이들의 취업률은 20%에도 못 미친다.

교육의 질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노동부가 지난해 우수학원 30개를 뽑은 가운데 컴퓨터나 전산, 정보통신학원은 겨우 2개만이 포함됐다. 미용, 간호, 기계학원 등 굴뚝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해 IT 분야 학원이 상대적으로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완수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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