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종로성당에서는 금속산업연맹(위원장 문성현)주최로 `고용승계투쟁과 노동자 삶의 질 연구'라는 주제로 3년이 넘게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문제에대한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알리는 다소 이색적인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에서 원진녹색병원의 부설기관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정진주, 김신범 연구원은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고 노동자들의빈곤화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저축했던 돈을 모두 찾아쓰거나 빚을 내어 살아가고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삼미노동자의 부인들은 부업이나 기타하위직에 종사하고 있지만 소득이 너무 적어 가장이 해고되기 전의 경제적수준으로 회복될 수는 없었다.

가족내에서 해고 노동자들의 역할도 변화가 일어났다.

부부관계와 자녀양육과 교육에서도 문제가 드러났고 일부 노동자는가족해체(이혼 등)의 상황에 처해 있었고 친척, 친구 등과의 인간관계도 감소되거나 단절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사회적으로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고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을 가지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강의 측면에서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장병, 고혈압, 두통, 치질, 스트레스, 심리 불안 (분노, 사기저하, 자아상실감, 우울등) 현상 등이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기간에 걸친 농성과정에서의 불규칙적이고 질 낮은 식사, 찬 잠자리와숙면을 취할 수 없었던 환경, 경제적 빈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회적고립감, 장기간 해고투쟁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조사는 21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통해 이루어졌다.

정진주 연구원은 3년간의 투쟁과정에서 동료들과 돈독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지금까지의 투쟁을 지속해 올 수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가족관계, 친척및 친구관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고등법원이나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에서도 이들에 대한복직판결이 났으며, 국제노동기구(ILO)도 정부에 복직권고를 할 정도로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의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복직판결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미특수강이 96년 12월 일부 부문이 포항제철에 분리매각된 이후 신규채용이 아닌 고용승계를 요구하던 587명의 노동자가 97년 4월 해고됐으며, 이중 180여명이 지금까지 고용승계 투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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