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스트레스는 업무 때문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와의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것 일수도 있다.

어떤 스트레스나 개인적으로 충격적 사건을 겪은 후 3개월 이내에 정서적 또는 행동적으로 부적응 반응을 나타내는 상태를 ‘적응장애’라고 부른다. 적응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특정한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취약성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의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응을 못하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직업·대인관계·학업 등 다른 분야에서도 장애가 나타난다. 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6개월 안에 증세가 없어지지만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적응장애가 지속될 수 있다. 우울증·불안증 등이 나타나고 신체적으로 수면장애·자율신경계 항진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 밖에 행동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과음을 하기도 하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만약 직장동료들이 나의 해고 문제를 두고 찬반투표를 벌인다면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3일 한 노조간부가 노조활동을 하면서 겪은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그리고 동료들의 해고 찬반투표 등으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와 수면장애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회사측 부당노동행위 잇따라

권아무개(52)씨는 97년 주식회사 ㅇ사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2004년 10월부터 금속노조 ㅇ지회 부회장으로 근무했다. 권씨는 이듬해 1월부터 생산부서에서 공무부서로 전환배치돼 근무하다가 기존에 당한 업무상재해로 인한 재요양을 위해 2005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휴직했다. 그는 휴직 중이던 2005년 11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임원 선거에 출마해 수석부지부장으로 당선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측이 권씨를 공무부로 전환배치한 것은 부당전보·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며 2006년 2월 원직복직명령을 내렸지만 권씨는 노조전임을 이유로 두 차례 복직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노조는 “원고(권씨)에게 노조 전임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된다”는 취지로 회사측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기각했다.

이후 권씨는 무급 노조전임 상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2007년 1월 생산직으로의 복직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권씨는 대기상태로 있었다. 오히려 회사측은 두 차례에 걸친 복직명령을 거부했다며 직원들을 상대로 권씨에 대한 해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보다 반대가 높았으나 투표준비 미비, 참여율 저조 등을 이유로 회사측이 같은 달 다시 찬반투표를 벌였다. 이번에는 반대보다 찬성이 더 많았다. 회사측은 같은 해 3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복직명령 거부 및 조직 내 불화합을 이유로 권씨를 징계면직하기로 결정했다.

법원, 업무상재해 인정

이에 대해 전남지노위는 복직 후 대기발령을 부당노동행위로, 징계면직은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2008년 9월 서울행정법원에서 회사측의 소송이 기각되면서 회사는 권씨에게 다시 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권씨가 2007년 7월 업무방해죄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이 취업규칙에 의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한다며 복직명령 다음날 또다시 당연 퇴직 처리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법은 부당해고라고 인정했다.

권씨는 공무부로의 배치전환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회사측의 해고 찬반투표 실시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자 2007년 2월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적응 장애’와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권씨는 이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2007년 3월 부당해고 등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돼 병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불승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권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법은 “원고는 재직 중 노조활동을 하면서 겪은 공무부로의 배치전환 등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원고 자신에 대한 직원들의 해고 찬반투표 등에 의해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커다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 결과 개인적 취약성이 겹쳐져 이 사건 상병이 발병했거나 최소한 그 증세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관련판례]
서울행정법원 2010년7월13일 선고 2009구단1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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