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담당자들, 수험생 에스코트부터 점심 대접까지 … 도급제 권하는 풍토 여전

대부분 업종이 고용사정이 썩 좋지 않지만 택시업계만은 예외다. 1년 365일 채용공고를 낸다. 승객은 점점 줄어드는데, 택시 면허대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다. 회사 경영상태는 나빠지고,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된다. 구직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택시업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택시노동자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도급제와 같은 비정상적인 인력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근로자’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오전 <매일노동뉴스>가 택시 인력시장의 첫 관문인 택시운전자격 시험장을 찾았다.  기자가 택시운전자격시험에 도전해 채용과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지난 23일 정오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1층 로비.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가 로비 벽면에 A4지 8장을 연이어 붙였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50분 동안 치러진 택시운전자격증 취득시험 합격자 명단이었다.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던 수험생은 273명. 이 중 187명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합격률은 약 68%.

서울지리와 교통법규·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차량관리, 약간의 외국어(영어·일본어)로 출제된 80문제를 풀어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시험이 어렵지는 않지만 보통 수험생의 60%만 합격한다”며 “두세 번의 도전 끝에 합격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기자는 65점으로 겨우 합격했다. 기자 앞에서 합격증을 받아든 한 40대 남자는 “응시 9번 만에 합격했다”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로비는 수험생들과 서울시내 100여개 택시회사에서 파견 나온 채용담당자들이 뒤엉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는 동네가 어디세요.” 택시업체 채용담당자들은 지나가는 수험생을 붙잡고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15명이 넘는 채용담당자들이 기자의 발길을 붙들었다. 이렇게 많은 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수험생만큼 많았던 택시업체 관계자들

택시업계에서는 채용담당자들을 속칭 ‘찍새’라고 부른다. 이들은 수험생들에게 택시기사가 되는 과정부터 기본적인 시험정보는 물론이고 시험 당일에는 점심까지 산다. 시험에 합격할 경우 자기 회사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시험에 처음 응시한 기자도 ‘찍새’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지난 15일 교통회관에서 시험 응시원서를 내면서 만났던 서울 강서구의 ㄱ업체 채용담당자 B씨는 시험당일 기자의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시험장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A4지 4장 분량의 예상시험문제지도 줬고, 시험에 관해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 줬다. B씨는 시험이 끝난 뒤에는 점심까지 샀다. 기자의 ‘턱걸이 합격’에 B씨는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는 기자에게 정규직으로 채용할 테니 자기 회사로 들어오라고 했다.
 
매력적인 도급, 그러나 ‘엄연한 불법’

“택시운전을 처음 할 때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일해요. 처음부터 사납금 10만원을 채우기가 부담스럽거든요. 매일 일하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합격자 발표 뒤 기자에게 부쩍 관심을 나타냈던 ㄴ사  관계자 C씨. 그는 기자가 B씨와 헤어지자마자 다가왔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기자가 사는 동네이름을 듣자마자 “마침 내가 일하는 업체가 같은 동네에 있다”며 “아르바이트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하루 12시간 일하고 사납금은 3만8천원만 넣으면 되요. 물론 차량연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다른 직장에 다니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솔깃한 제안이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죠? 그러면 돈을 적게 벌 텐데….”
 C씨는 “원하는 날 하루 전에만 전화를 주면 다음날 배차를 할 수 있다”며 “가스비가 하루에 3만~4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사납금과 가스비를 합해도 보통(정규직으로 채용된) 운전기사보다  사납금(10만원)보다 적다”고 거듭 강조했다.

C씨가 말한 아르바이트는 바로 도급택시 기사였다. 연신 “아르바이트”라고 했지만 실체가 드러나는 데는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기자에게 특혜를 준다는 듯이 “도급을 주는 업체는 몇 군데 안 된다”고 귀띔했다. C씨는 자신의 제안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우리 업체는 특별히 신규 택시운전자에게 아르바이트 기회를 줍니다. 다른 업체가 알면 욕을 할 수도 있어요. 절대 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면 안 됩니다.”
 
말만 믿다, 범법자 될 수도

택시운전자격증을 받자마자 도급택시 제안을 받은 것이다. 택시업계에 도급택시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도급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에서 금지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특히 도급택시는 사업주와 택시기사 간에 고용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하다. 각종 사고나 차량 유지비용을 기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규 차량이나 오토차량을 운전하려면 그에 따르는 사납금을 더 내야 한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택시기사들은 매달 평균 9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반면에 도급은 사납금을 제외한 수입을 자신이 갖는 대신 회사로부터 별도의 임금을 받지 않는다. 최근에는 사실상 도급인데도, 여객법 관련 규정을 피해 가기 위해 4대 보험을 지급하면서 도급이 아닌 것처럼 속이는 편법도 확산되고 있다.

택시업계의 관계자는 “택시자격증 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 대부분이 업계 실태를 모르고 택시업체 관계자들의 말만 믿고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규직 채용보다 도급이 매력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 처우는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채용담당자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취업자들을 범법자로 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도 도급보다 정규직 채용이 많아

반면에 B씨는 달랐다. 그는 “하루 사납금 10만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월급 90만원을 받고, 열심히 일하면 월 200만원은 벌 수 있다”며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30대 중반인 기자가 직장도 없어 보이는데 택시업체 취업까지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B씨는 “젊은 사람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며 “택시기사도 그리 나쁜 직업은 아니다”고 격려의 말까지 아끼지 않았다.

택시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교통회관에서 택시운전자격시험 합격자들에게 도급택시를 권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며 “한때 서울시내에서만 30%가 도급택시라는 추정도 있었지만 도급택시 처벌이 강화되면서 그나마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또한 기자가 거듭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일당제(도급)도 있기는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합격증 수령자가 회사라고?

택시업체 간 채용경쟁 탓에 잘못된 관행도 자리 잡고 있다. 시험에 합격한 예비 택시기사들을 다른 업체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택시업체 채용담당자들이 합격자 본인을 대신해 택시운전자격증을 받아가는 관행까지 생긴 것이다.

택시업체 채용담당자는 수험생들의 증명사진을 미리 받아놓고, 이들이 합격하면 택시운전자격증 교부신청서를 대신 내준다. 그리고는 자격증 수령인을 택시업체로 명시한다. 합격자가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까지 오지 않아도 채용담당자들이 대신 수령해 합격자 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자격증 발급업무를 맡은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도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 동참하고 있었다. 기자가 합격한 당일 오후 진행된 설명회에서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택시업체에 증명사진을 맡긴 분들은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고 나가도 된다”며 “나중에 업체로부터 합격증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에 20~30여명의 합격자들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러한 관행은 해당 업체에 곧바로 취직할 사람에게는 편의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당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 취업을 강요당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일부 합격자들은 “맡긴 증명사진을 돌려 달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도급택시는 불법이기 때문에 계약이 은밀하게 이뤄진다. 택시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기사 외에는 도급택시 운영사실을 알기 힘들다. 보통 택시업체 관리자들이 차고지 밖에서 도급택시 기사들과 만난다. 차량을 건네주고 입금액을 수납하는 식이다. 이른바 ‘선도급’처럼 택시회사가 아예 10여대 이상의 차량을 통째로 대여해 주고 도급비만 챙기는 경우도 있다.
도급택시가 범죄자들에게 악용되는 이유다. 지난 2005년 분당과 홍대 앞에서 각각 발생한 여승무원 살해사건이나 올해 3월 청주 부녀자 납치·살해사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택시범죄가 회사의 관리를 벗어난 도급택시 기사들에 의해 벌어졌다.
 
‘절반짜리 근로자’로 일하는 택시노동자 김씨
최근 정부가 도급택시 단속을 강화하면서 도급택시 운행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차고지 밖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도급택시 계약이 이제는 차고지 안에서 버젓이 자행된다. 정식 고용관계를 맺은 일반 노동자들이 대상이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A사에서 2년째 근무 중인 김태형(45·가명)씨는 회사와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택시기사다. 월 115만원의 급여를 받고 4대 보험료도 회사가 납부한다. 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노조에도 가입돼 있다.

그런데 한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4시간 이상을 일한다는 김씨는 “택시 한 대로 반나절은 종업원, 반나절은 회사와 관련 없는 자영업자로 ‘투잡’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영업자’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김씨는 회사에 일정 금액을 내고 차를 빌려 운행하는 사실상 도급기사였다.

A사 노사의 임금협정서에 따르면 1일2교대제가 원칙이다. 김씨는 속칭 ‘일차’라고 부르는 전일제(1인1차제)로 근무한다. A사의 임금협정서에는 소정근로시간이 하루 6시간40분(월 203시간)으로, 주 6일 일하도록 돼 있다. 김씨는 소정근로시간에는 정식 ‘근로자’로, 나머지 시간은 ‘도급기사’로 운전대를 잡는다. 이런 방식으로 추가 운행을 하면서 그가 회사에 내는 사납금은 다른 기사들보다 하루 3만4천원이 더 많은 14만3천원이다. 하루 도급비가 3만4천원인 셈이다. 

김씨는 “대학에 다니는 자식이 2명이나 된다”며 “가뜩이나 승객이 없는 요즘 회사에서 주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전일근무를 요구한 측면도 있지만, 택시기사들이 워낙 궁하다 보니 교대 없이 1인1차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루 14시간 장시간 운전 … ‘예고된 교통사고’
택시업계는 김씨와 같은 사례가 흔하다고 입을 모은다. 1인1차제가 보편화돼 있다는 것이다. 이미 택시노동자의 90% 이상이 1인1차제로 일하고 있는 부산시의 경우 택시 노사의 임금협정서상 소정근로시간은 5시간40분(월 160시간)에 불과하다. 노사는 임금협정서에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법적수당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노사합의로 소정근로시간보다 초과한 노동을 도급화했다고 볼 수 있다.

사측 입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택시 최저임금제의 부담도 피해 갈 수 있다. 실질적인 임금인상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면 시급을 기준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조연맹 관계자는 “부산과 대구의 경우 대부분이 1인1차제로 운영되고 있고, 서울에서도 최근 2년 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달 26일 만근 후 나머지 4일의 휴일 동안 도급기사로 일하는 속칭 ‘휴일 타먹기(휴일근무제)’도 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부분도급이 늘고 있는 이유는 일일 기준납부금(사납금)을 낸 나머지 수입을 가져가는 정액제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택시 가동률을 높이려는 사측의 이해와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가려는 택시기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택시회사의 하루 매출액은 사납금에 운행대수를 곱하면 된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택시를 최대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도급은 장부에도 잡히지 않아 각종 세금과 사용자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러나 장시간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감수해야 한다. 난폭운전이나 승차거부 같은 택시의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강서구의 ㅎ교통 이아무개 상무는 “1인1차제나 휴일 타먹기는 근로자 수급에 유리한 면도 있지만 교통사고가 많이 나고 카드수수료가 발생해 원가가 많이 드는 것이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택시업계는 1일2교대제 택시기사에 비해 1일1차제 기사들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택시와 비슷하게 장시간 운전을 하는 버스 운전기사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운전시간과 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에 따르면 하루 종일 일하고 다음날 쉬는 격일제 버스기사가 1일2교대제로 일하는 기사보다 78% 이상 교통사고를 많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에서 일하는 김태형씨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피곤하고, 밤에는 몽롱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다”며 “하루 14시간은 기본이고 수입이 적은 날은 사납금을 내기 위해 20시간까지 일해야 하기 때문에 독하지 않은 사람은 한두 달을 못 버틴다”고 말했다.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도가 높은 택시기사에게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다.

이헌영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 노사대책부장은 “1인1차제가 많은 택시업체일수록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고 불친절해 민원이 많다”며 “1인1차제를 단속하려고 해도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원은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도급택시냐, 아니냐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사를 상대로 한 부분도급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택시 공급과잉부터 해소해야
교통정책 전문가들은 “도급택시가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진화하는 것은 포화상태의 택시시장을 그대로 보여 주는 징후”라고 설명한다. 과잉공급된 택시시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뿌리 깊은 도급제 관행을 개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전체 택시대수는 약 20% 증가한 반면 택시수요는 35%나 감소했다.<그래프 참조>
 

강상욱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택시 공급과잉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20%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08년 말 지방정부가 택시 유상감차를 실시해 과잉공급 문제를 해소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지나치게 낙후한 택시 노동시장의 문제도 도급택시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임삼진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택시시장 변화에 맞춰 노사 모두 생존전략을 찾다 보니 1인1차제 등 변형된 근로형태가 확산되고 있다”며 “택시노동자 권리찾기를 통해 90년대 들어 1일2교대제로 진보했던 근로형태가 다시 퇴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택시회사가 기사를 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이것이 경영악화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도급택시를 선호하게 된다. 택시기사 역시 고정수입이 적다 보니 부분도급으로 수익을 보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노사 모두 어려운 조건에서 편법으로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 ‘부분도급제 보편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일본 택시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9.2년인 반면 우리나라는 한 해에 전체 운전자의 78%가 퇴직하고 있다”며 “택시산업의 한 축인 노동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에 도급택시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택시노동계도 “성범죄자 택시기사 자격 제한 같은 주먹구구식 방법이 아니라 정부는 택시시장 제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택시 구조조정 예산을 편성하는 등 의지를 보일 때 택시업계도, 노사도 탈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미영 기자


도급택시 단속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택시노동계는 “도급택시의 무법질주를 막으려면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도급택시 근절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도급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한 업체에 내린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자체의 도급택시 제도 개선명령이 기업활동 규제를 완화하는 특별조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도급택시 처벌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에 근거한다. 여객법 12조는 ‘명의이용 금지’를 명시해 택시사업자가 자격이 없는 개인에게 차량의 운영권을 넘겨 줄 수 없도록 했다. 지자체는 이를 어긴 사업자에게 사업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97년 제정된 규제완화특별법에는 “행정기관의 장은 자동차 운송사업에 대한 개선명령 등의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지자체의 도급택시 개선명령이 되레 위법이 되는 셈이다.
불법 택시운영을 행정처분하는 것이 불법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지난해 연말 국회가 법 개정을 단행하면서 해소됐다. 이어 국토해양부는 이달 1일 성범죄자들은 영원히 택시 운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여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도급택시를 처벌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를 법령에 명확히 규정했다. 국토부는 여객법 시행령을 개정해 택시사업주와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운전자의 택시 운행을 일체 금지시켰다.
지금까지 행정당국은 도급택시 영업을 ‘명의이용 금지’ 조항으로 단속해 왔으나, 근로계약 체결이나 4대보험 가입 등으로 명의이용 금지 위반 입증이 어려워지면서 행정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 개정 이후 도급택시 단속은 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서울시는 지방선거 직후 택시 차고지 밖 교대를 대폭(택시 면허대수의 30%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지침을 시달했다. 이에 대해 택시노동계는 “차고지 밖 교대는 대부분이 도급택시”라며 “승객들의 안전은 도외시하고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을 지지했던 택시 사업주들을 배려한 선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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