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순(70)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시인이다. ‘세상을 거울로 보며’, ‘코뿔소의 눈물’, ‘하늘에 그리는 하얀 그림’, ‘밤에도 파란 하늘을 그리고 싶다’ 등 4권의 시집이 그의 손을 타고 나왔다. 14살 때 공장에서 손목을 잃은 가난한 친구를 생각하며 아파하고(나팔을 불지요), ‘MB악법’을 막겠다며 점거농성을 벌이는 동료 의원들에게 자작시(해야 솟아라)를 들려줄 만큼 감수성이 풍부하다.

9월 초에는 ‘은하수로 흐르는 별’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낼 예정이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100명의 모습을 그만의 필체로 그리는 일종의 ‘100인보’다. 김 위원장은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보려고 했다”며 “한 사람을 놓고 며칠씩 고민하다 보니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에 대한 평가는 늘 ‘온화’하고 ‘합리적’이다.

환노위에서도 다르지 않다. 회의 때마다 불참한 위원들의 근황을 소개하고, 질의를 마친 의원들에게는 평가를 곁들인 추임새를 넣는다. 기계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중립적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적용 매뉴얼’에 대해서도 “노사갈등은 그 영향이 노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운을 떼는 모습이 딱 그렇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타임오프 매뉴얼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원의 탄소함유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탄소세 도입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하자 “우물 안 개구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타임오프와 탄소세. 두 가지 이슈에서 김 위원장의 생각을 관통하는 것은 국제기준이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 6월8일부터 18대 국회 후반기 환노위원장 임기를 시작하셨으니, 50일 정도 됐네요. 타임오프와 관련한 논쟁을 어떻게 보십니까.
“뒷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추미애 전 위원장이 과감하게 어려운 일을 처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뒷수습하는 일이 남았어요. 타임오프와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아직까지 49.3%에 달하는 기업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죠. 실태를 파악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 위원장에 취임하신 이후 타임오프 제도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셨는데요. 고용노동부의 과다한 개입 문제를 주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노사갈등은 그 영향이 노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사기업이라고 해도 상당히 많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공적 개입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개입을 덜 해야 합니다. 예컨대 타임오프를 보죠. 정부 입장에서야 잘하려고 하는 것이겠지만, 제가 볼 때 너무 오버한 측면이 있습니다. 요소요소에 그런 것이 보입니다. 일률적으로 정부 개입이 너무 많다, 적다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사안별로 볼 때 지나치게 강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가 개입을 강하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죠. 노사가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 제도를 정착시켜야 제대로 정착되는 겁니다. 노사의 자율적으로 체결한 협약에는 정부가 되도록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노사정위 기능 반드시 강화하겠다”
 
- 설득과 타협, 어려운 문제입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라는 논의 틀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제는 기업도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합니다. 자연히 노동 문제도 글로벌 노동 문제로 갈 수밖에 없어요. 정점에 있는 것이 국제노동기구(ILO) 아니겠습니까.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대화를 하는데 있어 유용한 기구입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기도 하고, 기능이 위축되기도 했는데, 그래도 좋은 기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할 일이 꽤 나올 겁니다.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랄지, 타임오프 말고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사정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노사정위가 갖는 의미는 앞으로 계속 커질 겁니다. 노사정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같이 노력을 해야 합니다. 틀림없이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 노조법 개정 논의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나라당이 논의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노조법에) 조금 무리한 부분이 있거든요. 다시 말씀드리면 타임오프 제도는 정치(문제)가 아니에요. 노사의 생존에 관련되는 경영 문제이고, 생활 문제이지 정치가 아니거든요. 허심탄회하게 여야가 (논의테이블에 올려놓고) 논리적으로 따져 봐야 해요. 내가 주장하는 것이 틀리다면 접어야죠. 여기에 정치적인 게 개입되면 곤란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해 나가겠습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각계에 제안이 있으면 하라고 했습니다. 의견을 종합해서 검토해야죠. 모아 놓고 보면 여야 모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공통부분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것을 먼저 고쳐야죠. 한 번에 안 되면 두세 번에 걸쳐서라도 해야죠.”
 
“여야 모두 노조법 개정에 공감”

- 타임오프 매뉴얼 개정과 노조법 개정에 우선순위가 있습니까. 노조법 개정 전에 매뉴얼을 바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그렇죠. 매뉴얼은 규칙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노동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겁니다. 노동부도 주장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 들어봐야죠. (매뉴얼의) 업무 주관자는 노동부이지 국회가 아닙니다. 만약 고쳐야 한다면, 우선 노동부가 해야 합니다. 자기들이 만들었으니까요. 노조법은 절차를 거쳐서 고치지 않으면, 고치기도 힘들고 고치고 난 뒤에도 문제가 남아요. 합의해서 해 나가야죠. 기본방향에 관해서는 여야 간 합의가 됐습니다. 여야 간사 간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정기국회에서 고쳐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내용은 아직 확정할 수가 없습니다. 시행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래도 (고칠 부분이) 거의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 하반기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4대강 사업 예산도 그렇고요.
“기본적으로 환경부문 예산은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면 할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환경비용이 같이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죠. 마치 4대강 사업은 토목이 중심이고, 환경이 후순위인 것처럼 됐거든요. 예산편성만 해도 환경관련 예산은 조각조각으로 돼 있어요. 4대강 사업 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제가 볼 때는 감춰 놓은 4대강 사업 예산도 있습니다. 그 다음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구하는 4대강 예산이 있어요. 거기에도 환경관련 예산이 따라가야 합니다. (정부는) 4대강 예산이 22조2천억원이라는데, 그건 아니죠. 최소한 30조원은 넘고 지방비까지 합치면 거대할 겁니다.

노동부와 관련해서는 이름이 고용노동부로 바뀌었으니까 앞으로 고용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자리, 일자리 하는데 정작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잖아요. 100만 청년실업 시대 아닙니까. 정부의 의지는 정책과 예산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강조하는 것만큼 예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고용예산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고부가가치 인력을 양성하는 쪽으로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힘이 닿는 한 고용예산을 늘릴 생각입니다.”
 
“일자리 예산 대폭 확대해야”

- 일자리 정책이 부처별로 분산돼 있고, 예산도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회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설보다는 사회적일자리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일자리 비중이 12% 정도인데, 미국은 27%나 됩니다. 우리도 사회적일자리를 25% 내외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사회적일자리는 한 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실행하면 무수한 일거리가 생깁니다. 교육·서비스·문화 일자리를 많이 개발해야 해요. 국가에서 예산을 많이 들여서라도 방향을 잡아 줘야 합니다. 4대강 사업에 매달릴 게 아니라…. 문화부문과 건강부문은 21세기 가장 유망한 산업입니다. 그런 곳에 돈을 쓰자 이겁니다. 직업훈련원이나 대학도 그런 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죠. 노동부가 노력해야 합니다.”
 
- 최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탄소세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는데요.
“이젠 삶의 질을 따져야 합니다. 서울은 세계 216개 주요 도시 중에서 삶의 질이 86위입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25위 이내로 만들어야 해요. 서울시장을 하려면 첫째 공약을 그것으로 해야죠. 25위 이내로 들어가려면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서울은 기피지역입니다. 서울에서 안 살겠다고 해요. 우물 안 개구리같이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탄소세 조금 더 내고 덜 내고, 그런 돈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이) 살 만해야 기업도 하는 겁니다.”

- 하반기에 환노위에서 어떤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 같습니까.
“제목만 얘기하면 타임오프를 정착시키는 겁니다. 아주 중요하죠. 그 다음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죠. 당장 착수할 것은 아니지만 대비해야 합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문제는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문제가 뭔지 각계의 의견을 받아서 하나하나 풀어 가려고 합니다. 연착륙시켜야죠. 그것만 해도 매우 큰 일입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 문제가 있죠. 정부가 내년부터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하잖아요. 그건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안 하겠다는 얘기거든요. 지방에서는 관심이 없어요. 큰일 날 얘깁니다. 산업안전은 중앙정부의 업무예요. ILO가 이 업무를 중앙에서 하라고 한 이유가 있어요. 국제기구의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지방에 이양하고 손 털고, 됐다고 하는 방식은 안 돼요. 정부가 책임져야죠.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부딪힐 것 같아요.”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 역행”

-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셨는데요.
“대통령의 신념이라도 국민이 그렇지 않다고 하면 국민을 따라야죠. 국가발전이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대로 초고속으로 돼는 게 아닙니다. 답답하지만 국민들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면서 가야 해요. 느리더라도 만인이 일보전진해야지, 일인이 만보전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어요. 대통령은 이제 기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더라도, (국가의) 리더는 많은 사람을 끌고 가는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가진 좋은 점도 있어요. 그러나 대통령이 가져야 할 리더십이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공평무사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고소영’ 인사를 하고, 영포회는 또 무슨 ‘영포’입니까. 청와대도 관여돼 있다고 하던데. 그런 것은 하지 말라 이겁니다. (그렇게 했다면) 쩨쩨한 대통령이죠. 나라를 끌어가야지, 포항을 끌어가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대통령의 철학이 중요한 거예요.” 글=
 
[약력]
- 1940년 서울생 
- 성동고 
- 단국대 정외과 
- 중앙대 행정학 석사, 한양대 복지행정학과 박사  
- 행시 4회 
-서울시 문화관광국장
- 송파구청장(관선·민선 4선)  
-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 민주당 사무총장·최고위원 
- 16·18대 국회의원(서울 송파병·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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