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폐업이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채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국민들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한 의사들의 극한 투쟁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삼켜야 했다.

특히 의사들이 응급실에서까지 철수하는 결정을 보면서 국민들은 마지막 희망까지도 무너지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비록 의료폐업이 수습되고 있지만 그 아픔은 오래도록 국민들의 가슴에 깊고 큰 흉터를 남길 것 같다.

지금 국민들은 화가 나있다. 의료산업은 공공서비스의 성격이 강하다. 지금 국민들이 화가 나 있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위협하는 집단행동에 대한 거부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집단행동에 대한 거부감은 단순히 의사집단에만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의 집단행동에도 비슷한 감정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화난 국민감정이 식기 전까지는 어떤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국민감정이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집단행동에 대한 거부감은 7월11일 총파업을 결의해 놓고 있는 한국노총의 투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노총의 7.11총파업 투쟁의 주력은 금융산업노조들이다.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통한 은행간 합병정책에 대해 금융산업노조들은 총파업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춰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투쟁은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노조는 지난주까지 한빛, 조흥, 주택은행노조 등 13개 사업장에서 총파업 출정식 또는 약식 결의대회를 마친데 이어, 이번주에도 지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7월1일에는 전국6개지역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국면으로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금융노조의 투쟁이 본격화 할 경우 앞서말한 국민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거부감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금융산업의 경우도 공공서비스의 성격이 강한데다, 국가경제에 주축을 이루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사회전반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산업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민들은 은행업무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고, 기업들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의료폐업으로 상처받은 국민감정은 강하게 되살아날 것이고, 그것은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금융산업노조들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내에서도 금융노조들의 투쟁이 본격화 할 경우 정부에서 의사들에게 못한 화풀이를 금융노조에게 할 수도 잇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노조로서도 여기서 밀리면 겉잡을 수 없는 고용불안이 닥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쉽게 물러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정책대로 금융시장이 재편되고 나면 이후에는 시장원리에 의해서 굴러갈 수밖에 없어 이번 투쟁이 금융권노조의 자존심이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금융산업노조와 한국노총이 이런 고민스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극한대치에서 해법을 찾아내는 것, 그 해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금융산업노조, 나아가 한국노총 지도부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이 경우 한국노총과 금융산업노조 지도부가 이 과정에서 어떤 정치력과 지도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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