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리운전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노동권은커녕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서비스연맹은 21일 성명을 내고 “대리운전 노동자 이동국씨 사망사건의 본질은 대리운전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특수고용직의 낙후한 노동환경의 일면을 보여 준다는 것”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던 이동국(52)씨는 지난달 26일 서울 외곽순환도로 한가운데서 차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당시 이씨는 술에 취한 박아무개씨를 대신해 차를 몰았다. 차주인 박씨는 길을 돌아간다며 이씨를 고속도로에 내쫓은 뒤, 차를 후진시키다 이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사건 다음날 경찰은 박씨를 살인과 뺑소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한 박씨가 도주의 위험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서울 강남지역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고인의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연맹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술 취한 고객의 폭행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십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역시 고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연맹은 이어 “대리운전 노동자를 포함해 특수고용직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당장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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