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출퇴근을 해야 한다. 출퇴근은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노동자에게 있는 통상적인 출퇴근의 경우 사고가 나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외형상으로는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노동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수행했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를 처리할 경우가 있다. 또한 업무나 근무지의 특수성 때문에 출퇴근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이처럼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출퇴근과 업무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른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직장동료의 차를 타고 출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동료차 타고 출근 중 교통사고

곽아무개(63)씨는 지난 2008년 1월 창원시 가음정동에서 직장동료 송아무개씨가 운전하는 화물차에 동승해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다른 차량에 부딪힌 것이다. 곽씨는 이 사고로 경추부척수손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곽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요양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곽씨는 92년 물류업체에 입사해 창원공단에 있는 창원지사에서 근무했다. 이 회사는 창원공단에 위치한 GM대우자동차·효성·대림 등의 공장에 납품되는 부품이나 자재 운송 등 물류 검수·납품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였다. 곽씨는 배송할 물품 분류와 하역작업을 담당했다.

곽씨의 근무시간은 근로계약상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그러나 창원지사의 물품배송 대부분을 차지하는 GM대우자동차에 보낼 물품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분류해 GM대우자동차의 업무시작 전에 배송을 완료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고일로부터 2~3개월 전까지 배송트럭의 운전을 담당하는 지입차주는 물론 곽씨를 비롯한 물품분류·하역 담당 노동자들은 처리물량에 따라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에 출근했다.

오전 5~6시 사이에 출근

이후 배송물량이 줄어들자 창원지사는 노동자들에게 오전 7시까지 출근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물류분류작업이 늦어지면 제때 배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입차주와 노동자들은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지입차주들이 자신들의 차량으로 물품을 배송하지만, 물류분류·하역작업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배송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지입차주와 노동자들은 업무시작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했다.

곽씨가 사는 곳에는 회사까지 바로 가는 버스노선이 있었다. 하지만 첫차를 타더라도 회사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버스정거장까지는 오전 6시5분에서 15분쯤 도착했다. 다시 그곳에서 물류처리장까지는 걸어서 약 10~15분 정도 이동해야 했다. 사고가 발생할 무렵에는 노선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에 출근해야 할 때는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 곽씨 수입으로는 택시를 이용해 출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 때문에 곽씨는 2000년부터 2007년 3월까지는 회사에서 제공한 다마스 차량을 타고 출퇴근했다. 사고 발생 직전 3~4개월은 회사의 지입차주인 송아무개씨의 화물차를 타고 출퇴근했다. 이는 창원지사장이 주거지인 마산에서 자신의 화물차로 출퇴근하는 송씨에게 곽씨를 같이 태워 출퇴근하도록 부탁해 이뤄진 것이다. 창원지사장은 송씨에게 월 일정액의 유류비 지급을 제의했지만 송씨가 사양했고, 두 차례 정도 주유티켓만 받았다.

창원지법은 “곽씨가 송씨의 화물차 등 개인적인 교통수단이 아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곽씨에게 출퇴근 교통수단과 이동경로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곽씨가 송씨 등의 차량에 동승해 최적·최단경로로 출근하는 과정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관련판례]
창원지방법원 2010년7월6일 선고 2009구단639
대법원 2007년9월28일 선고 2005두12572
대법원 2004년4월23일 선고 2004두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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