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지난 2008년 ‘산업안전 및 보건관리 실태’ 감사는 한국타이어의 사건과 이천 냉동창고 참사를 계기로 시작됐다. 두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처리한 업무 전반을 감사했다.

문제는 점검과 감독 부실이 비단 2개 사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점검이나, 봐주기 처벌을 비롯해 정부가 세운 산업안전체계 골간이 흔들릴 정도의 부실이 드러났다. 일부 지방노동청에 국한된 사항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 있는 지적 역시 상당수였다.

◇첫 단추 잘못 꿴 감시활동=노동부의 지도점검은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노동부가 매년 지방노동청을 평가하면서 일정 사업장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설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근로감독관 1인당 연간 150개 이상의 사업장을 점검하고 미달할 때는 감점하는 방식으로 실적평가를 하다 보니, 산업안전감독관은 평가시한이 임박할 때 한꺼번에 점검하는 관행이 생겼다.

실제 점검한 실적보다 과다하게 보고하고, 전문성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보건 분야 점검은 피했다. 대신 쉽게 위반사항을 발견할 수 있는 안전 분야 관련 사항 위주로 지적했다. 이를 테면 위해위험물질 점검을 하면서, 안내표지판 위반 같은 눈에 띄는 사항만 지적하는 것이다.

일부 지방노동청은 비정규 노동자 고용사업장 안전보건 점검을 하면서 비정규직이 없는 사업장을 점검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또 다른 지방노동청은 산업안전부문 중간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뒤처지자 사업계획에도 없던 ‘안전관리대행사업장 특별점검’ 계획을 수립해 점검하기도 했다. 말이 특별점검이지, 사업장을 방문하지도 않고 사업주에게 미리 점검표를 제출하도록 한 뒤 서면으로 점검하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방식이었다.

◇사업주 봐주기 백태=사업주에 대한 '봐주기 처벌'은 심각한 상태였다. 2007년 기준으로 적발된 12만8천611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가운데 무려 96.2%가 단순한 시정조치를 통보받고 종결됐다. 안산의 한 건설현장에서는 벌금형에 해당하는 안전난간 미설치를 행정처분만 했다가 며칠 뒤 노동자가 안전난간 미설치 때문에 추락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위험기계·기구 검사에 불합격한 크레인에 대해 사용중지와 시정명령을 내렸다가 사용중지 기간에 진행된 작업으로 노동자 1명이 또다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일부 지방노동청은 행정조치한 1만여건 가운데 98.5%가 시정지시나 작업중지 등이었다. 매년 일부 사업장을 점검해 단순 시정조치하는 일회성 점검도 여전했다.

노동부의 인가 없이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작업을 하면서 법을 위반해 가면서 수행한 사업장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 행정조치한 건이 2007년에만 540건에 달했다. 유해작업 인가 없이 도급한 건이 2건, 유해물질 제조사용 또는 해체제거 설비기준 미준수가 29건, 배치 전 건강진단 미실시가 509건이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실효성 없는 시정조치 후 종결처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이 5개 지방노동청을 대상으로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사업장의 사후관리 실태를 표본조사한 결과, 2007년에만 무려 265개 사업장이 그해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았는데도 2008년 초에야 시정지시를 받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에게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2008년 초에 시정지시를 받으면 시정기한 안에 건강진단을 실시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고, 덤으로 2008년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흔들리는 산업안전 골간=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정책의 골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동부는 기업규모에 따라 대기업은 노사자율 재해예방 활동을 유도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특별감독을 실시하는 방향을, 중소기업은 안전보건관리 대행기관 점검이나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술지원으로 재해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 노동부가 대기업에서 산재 발생 사실을 숨겨도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보건관리 대행기관이 대행업무를 게을리 하는 것을 알고도 업무정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노동부·지방노동청·대행기관 등 감시기능을 해야 할 골간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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