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에 따른 해고대란은 없었다. 노동부는 사업체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비정규직 100만명이 해고될 것이라던 노동부는 오류를 인정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계약기간 만료자 가운데 16.9%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66.9%는 계약기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기간제법에 따라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기간이 없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이들은 16.2%였다. 계약기간 만료자 10명 중 8명은 해고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가 제기한 100만명 해고설에는 해당 부처장관과 여당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동조했다. 정부·여당의 인사 대부분이 판단오류를 범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유연화 정책’을 상수로 놓고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해고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 연장(2년→4년)을 추진했다. 노동유연화 정책이 반영된 대표적인 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중점을 두다보니 통계가 부실한 것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사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도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노동부의 전망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를 바탕으로 한 통계청과 노동계 분석을 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감소 추세였다. 그것도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2007년 8월 이후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비정규직이 줄고, 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효과에다 금융위기의 직격타를 받은 비정규직의 감소라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노동부는 비정규직 감소라는 마이너스 효과에 집착했을 뿐 정규직 전환이라는 플러스 효과를 애써 외면한 것이다.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이런 플러스 효과를 극대화해야 함에도 부정적으로 단정하기에 급급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노동유연화 정책만 밀어붙인 것이다. 그러니 여당이 다수인 국회의 벽도 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계기로 사회적 혼선과 불안을 조성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비정규직 통계조사를 보완하는 정도로 때워선 안 된다.

지난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에 정규직 전환지원금(1천185억원)을 포함시켰다. 그런데 정부는 기간제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며 예산 집행을 막았다. 또 노동부가 올해 예산에 반영하려던 정규직 전환지원금(5천176억원)은 기획재정부와 협의과정에서 제외됐다. 정규직 전환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30만원)조차 기간연장이 좌절됐다. 국회의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의결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국회 안팎에선 내년도 예산에서도 정규직 전환지원금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거나 촉진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은 전무한 셈이다. 비정규직 해고대란을 막겠다던 정부·여당의 진정성은 어디로 갔는가. 뜻하는 대로 법 개정을 이루지 못하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여당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정부·여당이 외면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노동부 사업체 조사를 보면 정규직 전환을 포함, 중소사업체(5~299인)가 기간제 노동자를 계속고용한 비율은 61.5%였다. 기간제 계속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사업체의 해고를 막으려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규직 전환지원금 또는 법인세 감면을 통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인사개편을 통해 후반기 국정운영을 쇄신하려 하고 있다. 민생우선 기조는 종전과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높여야만 양극화와 소득격차가 줄어든다. 이것이 이 시대의 민생과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핵심이다. 비정규직법의 플러스 효과가 검증됐다면 이를 더욱 살리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가 추진해야 할 것이다. 새 내각과 여야가 하반기 국회에서 백지화된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논의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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