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자주 나오는 지적이 ‘밀어붙이기’다. 이해당사자나 국민과의 대화나 의사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동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부터 시작해 공무원·교원 노사관계, 공기업 선진화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대표적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가 각종 의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역할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취임 전 ‘실질적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 사회적 대화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기존 사회적 합의까지 부정하고 일방통행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


 

정부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를 통해 한국전력 판매부문 분리를 공언했다. 전력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어떠한 의견수렴이나 사회적 대화는 없었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오는 9월 KDI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부정책을 결정하기 전 여론수렴을 한다고 하나 과연 할지도 모르겠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KDI 연구결과는 과거 전력산업 구조개편 추진세력이 주장했던 내용과 전경련이 지난해 내놨던 관련 연구자료 내용과 다르지 않다. 원래 보고서에는 전력산업 통합안이 부분적으로 포함됐다. 최종 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사라졌는데 전경련과 분리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노사정위원회 공동연구단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사정은 ‘배전분할 중단’을 합의했다. KDI 보고서는 사회적 합의를 번복하는 것이다. 당시 공동연구단은 주요 9개국 32개 기관을 현장조사해 우리나라 전력산업을 분할·경쟁체제로 전환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과 공급불안을 초래할 것이므로 실익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구조개편론자와 정부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전력산업분할·민영화 정책이 세계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을 외면하는 것이다. 영국·미국·캐나다·호주 전력판매 경쟁 사례는 실패로 끝나지 않았나.
전력산업은 통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연구결과에서나 실제 운용과정에서도 검증됐다. 통합에 대해 논의한다면 언제든지 응할 수 있다. 종전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주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가면 결코 성공 할 수 없다.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간 사회적 대화는 불평등, 이번 정부는 더 해
이수봉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대화는 주체와 주체 간 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동안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을 걸고 진행된 것들은 정부나 자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진정한 사회적 대화는 없었고 출발부터 파행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나 이전 정부나 별 차이는 없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시절 정리해고를 관철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던 노사정위원회에서의 사회적대화는 형식적이나마 참여주체 간에 동등한 수준에서 진행됐다. 현 정부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는 노골적으로 노동계를 '왕따'시키고 있다. 한 쪽은 이용하고 한 쪽은 배제시키고 있다. 이전 보다 훨씬 퇴행적이고 자본의 요구를 강요하고 있다.
진정한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려면 현재의 노사관계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자본은 자기 고집만 하고 노동계는 자기 논리가 취약하다.
정부와 자본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자신들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반면 노동계는 자본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만들어낸 틀을 깨고 독자적인 대응 논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회적 대화에 임하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노사정위 존재 자체로 의미 있어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



 


원래 사회적 대화라는 것이 평상시에는 잘 안 된다. 무슨 위기가 있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뜨거운 현안이 있을 때 활발하게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학자들은 사회적 대화기구를 비상설 기구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시적인 사회적 대화의 틀은 노사정위원회가 유일하다. 이런 구조가 갖춰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여기서 반드시 무엇인가를 엮어내야 하려고 하면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2월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를 이뤄내지 않았나. 이 협약으로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대량 해고를 막을 수 있었다. 비록 노사정위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에서 전임자임금 금지와 복수노조 시행을 위한 최종합의를 못했지만 공익위원안이었던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됐다. 제도 시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회적 대화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때에 노사정위가 한 일은 지금보다 적다.


사회적 대화, 개념조차 없는 것 아닌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현 정부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사회적 대화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본 전제다. 정부는 상대방의 의견을 반영하려 하지 않고, 정부 나름의 방식으로 정하고 밀어붙이기를 한다. 가끔 탈법적으로 가는 것도 있을 정도다.
노동정책의 대표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역할도 크게 줄었다. 요즘은 노사정위원회가 있는 지도 잘 모를 정도다. 정부에서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가 아예 없으면 불편하니까 명맥만 유지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희한한 것은 노사정위 내 의제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분들이 사회적 대화 기구의 필요성을 부정했던 분들이다.
현 정부가 사회적 대화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킬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노동과 노사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통해 노사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잇단 합의도출, 성과 많아
정태면 노사정위 운영국장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여러개의 의제별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노사정 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것 같다. 임금·근로시간제도개선위원회나 고용서비스발전위원회 등에서 잇따라 합의를 도출하는 등 성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계와 경영계가 심하게 갈등하는 사안을 다루면 노사정위가 활발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노사정위가 중심적으로 다룬 사안들은 장기적인 과제가 많아서 그런지 그 활동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외부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위원회가 활기있게 운영되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 의제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책 때문에 노사정위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정부정책과 노사정위를 직접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에서 논의되는 의제들은 노사정이 합의하지 못하면 추진할 수도 없고, 논의를 시작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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