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원고는 A회사에 1999년 1월 입사해 사무직 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9년 6월 해고된 자로 해고 당시 산별노동조합 지부의 위원장의 지위에 있었다. 사무직이었던 원고는 노동조합 설립 등을 추진했지만 복수노조 설립 금지로 인해 노동조합을 설립하지 못했고 1999년 9월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다. 2002년 10월 A회사와 ‘통상업무를 전담하는 적정수의 전임자를 인정하고, 전임자의 임금은 A회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원고는 2003년 9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전임자로 활동했으며 2007년 8월 총회에서 사무노위의 해산을 결의하고, 산별노동조합의 지부를 설립했으며 2007년 9월 사무노조의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A회사는 2002년 합의 폐기를 통고하고 상근간부들을 원직에 복직시켰으며, 수차 노조 간부 대의원들에 대한 징계, 사내 통신망 게시판 폐쇄,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간부 차량의 사내 출입금지 등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맞서 사무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 GM본사, 노동계 등에 진정서 또는 항의서한을 보내고, 체불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원고와 A회사와 갈등이 계속돼 왔다.

원고는 2006년 6월 귀가 중 교통사고를 당해 2006년 8월까지 약 2개월간 회사 인근의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사무노조의 위원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원기간 중 수시로 회사에 나가기는 했지만 제한적으로 노동조합 전임자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A회사는 원고에게 입원치료를 받아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개월 동안 급여를 지급받아 이를 편취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를 했고 원고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A회사는 취업규칙 해고 규정 중 ‘7일 이상 계속 무단결근한 자’를 주된 해고 사유로 원고를 2009년 6월 해고했고, 이에 대해 원고는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Ⅱ. 쟁점정리

대상판례는 “무단결근 등 취업규칙상의 징계해고 또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지만 참작할 사정이 인정됨에도 징계해고를 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노동조합 전임자의 무단결근을 징계사유로 판단했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례 중 많은 쟁점을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노동조합 전임자의 지위에 대한 검토,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무단결근 징계사유의 문제를 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Ⅲ. 판결의 의미

대법원 “전임자는 휴직상태에 있는 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로 명시하고 있다. 즉
노동조합 전임자제도는 기본적으로 편의제공의 하나이다. 편의제공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전임자제도의 기본 목적은 단결권의 유지․강화에 있다. 이러한 기본 목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임자제도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 전임자의 지위에 대해 대법원은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사이에 기본적인 근로관계는 유지되는 것으로서 취업규칙이나 사규의 적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단체협약에 조합전임자에 관해 특별한 규정을 두거나 특별한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한 출·퇴근에 대한 사규의 적용을 받게 된다”며 “노동조합의 업무가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와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고 안정된 노사관계의 형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는 오히려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계약 소정의 본래 업무를 면하고 노동조합의 업무를 전임하는 노조전임자의 경우에 있어서 출근은 통상적인 조합업무가 수행되는 노조사무실에서 조합업무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에 임하는 것”이라며 “만약 노조전임자가 사용자에 대해 취업규칙 등 소정의 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상태에 임하지 않는 것은 무단결근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대법원 2005.10.13 선고, 2005두 5093, 대법원 1993.8.24 선고, 92다34926 판결, 1995.4.11 선고, 94다58087 판결, 대법원 1997.3.11 선고, 95다46715 판결, 대법원 2000.7.28 선고, 2000다23297 판결 참조).

전임자에 대한 ‘무단결근’의 징계사유 문제

전임자제도가 비록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인정될 수 있다고 해도 전임자제도가 본래의 목적인 단결권의 유지․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 부분의 내용이 노조의 자치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 전임자의 선임․해임절차나 전임자의 활동범위 등은 원칙적으로 노조의 자치에 속해야 할 것이다.1) 따라서 노동조합의 전임자로 활동하는 기간에는 근로자의 의무가 정지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출퇴근에 관한 취업규칙이나 사규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 전임자의 지위에 대해 대법원 판결과 달리 서울고등법원2)은 원칙적으로 출퇴근에 관한 취업규칙이나 사규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용자에 대해 근로제공의 의무가 없는 노조전임자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출퇴근 통제권 등 복무 규율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이 그 지휘ㆍ감독권을 갖고 자체 규약을 통한 징계나 노조전임 해제 등의 방법으로 규율해야 하고, 이는 노조전임자의 업무가 안정된 노사관계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와 밀접히 관련돼 있으므로 독립적이고 적절한 업무수행을 위해 사용자의 통제 및 간섭에서 벗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는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강력하고도 유효한 통제수단 중의 하나인 출퇴근 통제권을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해서도 인정한다면 노동조합 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노조전임제도를 인정한 기본취지마저 몰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출퇴근에 관한 취업규칙이나 사규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 전임자라고 하더라도 단체협약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출퇴근에 관한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따랐지만 A회사가 주된 징계해고 사유로 삼았던 무단결근이 발생했던 특수한 상황, 노동조합 업무의 특성상 근무장소가 반드시 회사 내의 사무실에 국한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갈등이 지속됐던 노사관계의 상황, 무단결근 외 징계사유에 대한 불인정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였을 때 징계해고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Ⅳ. 맺음말

올해 7월1일부터 노조법은 노동조합 전임자를 인정하되 근로시간면제시간 한도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행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노동부는 매뉴얼 등을 배포하면서 개정법에 존재하지 않는 ‘근로시간면제자’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고, 노동조합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등 월권적 해석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통제 및 간섭이 강화되는 형태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조합 전임자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요구 내지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 전임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대법원 견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기존의 판례의 태도가 변화될 필요가 있다. 또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과도한 통제와 간섭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행 노조법의 전면 재개정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주]
1) 강성태, “집단적 노사관계법에서 노동조합 전임자의 지위”, 「노동법연구 제19호」, 서울대노동법연구회, 2005 참조
2) 동일한 대한항공사건에 대하여 2005.04.29, 서울고법 2003누 22409과 대법원 2005.10.13 선고, 2005두 5093은 판결을 달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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