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5시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 2명이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왜 타워크레인을 점거했을까.
“짧게는 8개월, 길게는 1년 반 정도 일하고 나면 다시 6개월에서 8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장기 실업상태에 놓이는 겁니다.”

이들은 원청기업인 대림산업에 고용을 촉구하며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이 속해 있는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지부장 진영헌)에는 조종사 230여명이 가입돼 있다. 신규 건설현장이 생기면 고용을 요구하고, 일자리가 주어지면 순서대로 일을 하는 구조다. 진영헌 지부장은 “평균적으로 20~30명 정도 대기자가 있는 것이 정상인데 최근에는 대기자만 70~8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현재 이 현장에서 가동되는 타워크레인 7대에는 모두 비조합원이 일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일자리가 부족한 이유는 장기화되고 있는 건설경기 침체가 1차 원인이다. 최근 지표상으로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은 예외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타워크레인은 3천대에서 최근 2천대로 줄어들었다. 반면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7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달부터 단체협약에 따라 타워크레인 조합원들이 주 5일 근무에 들어가면서 조합원 고용 기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고용하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은 변형근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타워 한 대당 두 명, 또는 두 대당 세 명이 돌아가며 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임금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노조는 6~7년 전부터 와이어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는 방식을 제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와이어지지고정 방식은 바람에 취약해 안전성이 떨어지지만 작업반경이 넓어 비용이 적게 든다. 반면에 벽체지지고정 방식은 보다 안전하고, 와이어지지고정 방식에 비해 타워크레인 설치대수를 늘려야 한다. 벽체지지고정 방식으로 설치하면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수종 노조 타워크레인분과장은 “타워크레인은 자격증 제한도 없어 수급조절도 안 되고 있다”며 “정부는 와이어지지고정 방식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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