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변호사

1.
어제 월드컵 축구가 막을 내렸다. 승리를 확신하는 수많은 예측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빗나갔다. 문어 ‘파울’만이 100% 적중률을 보이며 점쟁이 문어로서 명성을 얻었다. 우리에게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 불법이라고 예상하는 점쟁이들이 있다. 사용자와 사용자단체는 자신들의 바람으로 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몰기 위해서, 노동부는 중립적인 국가기관이라는 태도로 파업을 규제하기 위해서 노조의 파업이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결될 것이고 예상한다.

지난주 KBS 파업집회에 다녀왔다. KBS에는 언론노조를 탈퇴한 KBS노조와는 별개로 지난해 말 언론노조 소속으로 KBS본부가 설치됐다. 사측이 복수노조라면서 인정하지 않고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해 말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을 해서 법원의 결정을 받아 교섭을 진행해 왔다. 이의신청의 기각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가처분결정에 항고했는데 노조의 요청으로 그동안 소송경과와 항고심 진행에 관해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왔다. 새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하다가 파업에 돌입한 것이어서 특별히 파업 목적의 정당성 여부가 논란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사측은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요구가 주된 것이라며 불법파업으로 몰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파업이 불법파업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주 기아자동차에도 다녀왔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지난 7월1일자로 200여명의 전임자에 대해 사측이 무급휴직 발령을 통보했다. 이에 관한 법적 문제에 관해서 노조간부들에게 교육했다. 이미 지부는 전임자, 복수노조 등 개정 노조법 시행에 대응한 요구안을 포함해 임금 등 단체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제출하고 이에 관한 교섭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사측은 개정 노조법 시행을 이유로 7월1일자로 전임자 무급휴직 발령 외에 차량·전화·기숙사 등 노조에 제공하던 각종 편의제공을 중단했다. 전임자급여 지급, 해외공장 투자 등의 요구 철회를 주장하며 사측은 단체교섭에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사측은 전임자 문제를 특별단체교섭으로 분리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왔다. 노조는 조정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간에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노조법상 조정대상인 노동쟁의 상태가 아니라며 노사가 성실히 교섭하라는 결정을 했다. 지금 사측은 전임자급여 지급, 해외공장 투자 등을 이유로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2. KBS와 기아자동차만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모든 사업장에서 파업은 목적이 정당한 것인지가 논란이 된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랬다. 이 나라에서 노조의 파업은 언제나 그 목적이 수상했다. 조합원의 근로조건이 아닌 모든 것은 파업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조가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해도, 근로조건 중 가장 중요한 근로관계의 존속 여부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해도 안 된다. 경영권의 본질에 관한 것이라며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KBS에서 기존에 KBS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이미 정하고 있는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를 단체협약안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와 노동부에게는 불법파업이라고 몰고 있다. 그래서 사용자는 기아자동차에서 해외공장 투자 등을 요구하고 파업을 한다며 불법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법원에게는 이러한 노조의 파업 목적은 수상했다. 이 파업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래도 법원은 할 말이 있다. 그것이 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라도 근로조건에 관련되는 사항에 관한 파업의 목적은 정당하고, 그것이 파업의 주된 목적이 아닌 한 파업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결해왔기 때문에 법원은 할 말이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번 파업은 회사의 합병․분할․공장이전 등의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것은 조합원의 고용 보장 등 근로조건에 직접 관련된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노조가 주장해도 법원은 이번 파업의 목적은 불법이라고 판결한다. 노조가 아무리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이 주된 목적이라고 주장해도 법원은 임금 등 단체협약안 이외에 수상한 요구가 없었으면 당신들이 파업을 했겠느냐고 속마음까지 마음대로 읽어가며 이번 파업의 목적은 불법이라고 판결한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정당하다.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판사의 선고는 당당하다. 그러나 노조는 언제나 노조와 조합원을 위해 파업을 한다. 아무리 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라도 노조는 조합원을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조합원의 고용 등 근로조건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회사의 합병 중단을 요구해도 그것은 결국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받고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공장 투자에 관한 사항을 교섭 요구를 했다면 이것은 해외공장 설치와 확대가 조합원의 고용 보장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요구한 것이다. KBS에서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면 KBS의 PD, 기자 등 근로자들의 작업이 방송에 관한 것이고 수행할 근로의 내용에 관한 것이며 이것이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노조가 교섭할 것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의 목적은 언제나 결국은 노조와 조합원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노조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가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관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말한 근로조건에 관련된 사항이 파업의 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법원은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한다. 그리고 판결문에서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인용하면서 당당히 판결한다. 그래서 이 나라에선 노조 파업의 목적에 관한 법원의 판결은 판결문에서만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판사에게만 그 판결이 정당할 뿐이다. 이렇게 법원은 지금까지 노조의 파업이 임금, 근로시간 등 분명히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닌 한 그 목적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3. 그런데 이번에도 불법일까. KBS와 기아자동차 파업의 목적이 불법일까. 법원은 이번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할 것인가. 알 수 없다. KBS에서 새롭게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하다가 80여개 조항이 타결되지 않아 파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사측과 노동부는 그 중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요구가 파업의 목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몰았다.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요구가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아니라도 나머지 임금 등 80여개 조항에 관한 요구는 정당했다. 그럼에도 사측과 노동부에게는 이번 파업의 목적은 불법이다. 왜 파업의 주된 목적이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라고 단정할까. 노조가 유인물․대자보 등에서 ‘공정방송 쟁취’를 너무 크게 뽑았던 것일까.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KBS에서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고 임금 등 100여개 조항의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요구안에 관한 교섭을 진행하다가 타결되지 않은 임금 등 80여개 조항의 관철을 위해 파업을 한다는 것뿐이다. 판사가 제 아무리 많은 증거자료를 검토해보아도 알 수 없다. 지금 KBS노조의 파업이 목적이 불법이라고는 점쟁이 문어가 아닌 한 알 수 없다.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요구가 파업의 목적으로 불법이라고 해도 지금은 임금 등 단체협약안에 관한 요구 전반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한 상황에서는 파업 목적이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장차 KBS노조의 파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사측이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를 모두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을 계속한다면 그 때에는 공정방송위원회 설치에 관한 파업의 목적이 과연 불법인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점쟁이 문어가 아니라면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노동부관계자는 불법파업이라며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에서는 아직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측은 불법파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해외공장 투자를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기존의 단체협약에서 이미 정하고 있는 사항을 개정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의 전임자급여를 어떻게 확보하고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 주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그러나 ‘전망’일 뿐이다. 2010년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 사측이 일체 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한다면 요구안 모두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지 위 주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전임자급여를 어떻게 확보하고 보장할 것인가는 지금은 그저 여러 가지 요구 중 하나일 뿐이다. 노조가 주된 것으로 내걸고 파업하려고 해도 지금은 기아자동차에서는 주된 것이 될 수 없다. 사용자는 전임자급여 등에 관한 것을 노조의 주된 파업의 목적이라고 몰아 노동부와 검찰, 법원으로부터 불법파업이라고 판단받고 싶어도 교섭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노조가 전임자급여 확보 등만을 내걸고 파업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노조가 요구한 개정노조법에 관한 요구사항은 전임자의 지위 전반과 근로시간면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전반에 관한 것이다. 그 요구가 노조법이 금지한 사항이 아니고 노조와 조합원을 위한 단체교섭사항에 관한 것들이다. 이를 위한 파업이 불법일 수 없다. 점쟁이 문어에게 점을 치기 위해서는 수족관 유리상자에 홍합을 미리 넣어두어야 한다. 홍합도 넣지 않은 채 문어 ‘파울’의 신통한 점괘를 얻을 수 없다.
지금 KBS노조 파업과 장차 진행할 기아자동차노조 파업에 대해 법원이 불법파업 판결할 것이라고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점쟁이 문어 ‘파울’이 아니라면 아직은 불법파업을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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