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법 시행령(33조)은 “제3자의 행위로 근로자에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가 사회통념상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라고 인정되면 그 사고는 업무상사고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회사의 숙소에서 발생한 동료의 폭행은 업무상재해일까.
동료에게 심하게 폭행당한 노동자
박아무개(57)씨는 지난 2007년 7월 제주시에 있는 한 양식장에 입사해 양식장 업무관리와 인력관리 등을 총괄했다. 이 회사에는 양식장 시설과 별개로 사무실과 직원숙소가 있었다. 박씨는 2009년 6월 회사 동료가 퇴사를 하게 되자, 또 다른 동료인 강아무개씨와 함께 회식을 했다. 박씨는 회식을 마친 후 먼저 숙소로 귀가했다. 강씨와 퇴직을 앞둔 동료는 좀 더 술자리를 가졌고, 이후 강씨는 숙소로 돌아왔다.
강씨는 이튿날 새벽 원고의 방에 들어가 “왜 자신을 해고하려고 하느냐”며 따져 물으며 건물 안에 있던 식칼·쇠파이프 등을 이용해 박씨를 폭행했다. 이 사고로 박씨는 ‘다발성 늑골 골절, 폐쇄성 동요흉(의증), 외상성 기흉, 코뼈의 폐쇄성 골절, 우측 안와골 골절, 우측 관골 골절, 좌상성 뇌실질내 혈종’ 등 심각한 재해를 입었다.
공단 “가해자의 사적감정이 발단”
박씨는 “사업장 내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재해를 당했으므로 이는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재해라고 봐야 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다. 회사에서 인사업무를 포함한 관리업무를 총괄했던 박씨는 “업무의 성질상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이므로 이 재해를 업무상재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그러나 “가해자의 사적감정이 발단된 것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의 업무 수행 중이라거나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요양을 불승인했다.
이에 박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박씨,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박씨를 폭행한 강씨는 2008년 이 양식장에 입사해 박씨를 보조해 양식장 물고기 사료주기와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양식장 직원의 입·퇴사 문제는 박씨가 전적으로 결정하고 사업주는 박씨가 결정한 대로 결제를 해 줬다.
강씨는 박씨가 조만간 자신을 해고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어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그런데 사건 전날 다른 동료의 퇴사 회식으로 그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법원 “제3자의 가해 유발할 수 있는 업무”
박씨가 근무한 양식장에서 직원은 박씨와 강씨를 포함해 모두 3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모두 양식장 내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양식장 내의 모든 업무와 인사 문제를 총괄하는 박씨로서는 강씨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간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평소 자신의 생활에 간섭하는 원고에게 불만이 있었다.
제주지방법원은 “강씨가 원고에 대해 가진 감정은 업무와 생활에 대한 지시와 간섭에 기인한 것”이라며 “(사건 재해가) 단순히 두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원고의 근무장소·근무형태·담당업무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사회통념상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라며 “사건 재해 발생시간이 근무개시시간에 밀접한 오전 6시20분경에 발생했다는 점까지 더하면 이 사건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판례]
제주지법 2010년6월23일 선고 2009구합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