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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 하루 13시간30분 장시간 노동이 빚은 참사노동계 "대형 교통사고 막으려면 근로기준법 59조 개정해야"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의 막이 오른 이달 첫 주말, 짜릿한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던 이들에게 안타까운 비보가 전해졌다. 지난 3일 오후 인천대교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추락해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야 하는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을 눈앞에 두고 울려 퍼진 운전기사의 비명소리와 함께 참혹한 사고현장에 놓이게 됐다. 포항에서 경주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이날 오후 1시35분께 인천대교 공항방면 영종요금소 2번(하이패스) 출구를 통과한 뒤 500미터 앞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 밑 공사현장으로 추락했다.

이번 사고로 11일 현재까지 총 13명이 숨졌다. 피해가 컸던 만큼 사고원인을 둘러싼 의견도 분분하다. 당시 고장 난 마티즈 차량의 운전자가 삼각대를 세우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를 불렀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삼각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또 가드레일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돼 국토해양부가 안전기준 적합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를 관할하고 있는 인천 중부경찰서는 ‘버스 운전기사의 안전거리 미확보가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데 수사의 초점을 두고 있다. 버스에 앞서 가던 1톤 화물차와의 간격이 5~6미터에 불과했으며, 하이패스 출구를 70~80킬로미터로 통과해 도로교통법상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버스 운전자 정아무개(53)씨도 경찰에서 "공항에서 가서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과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매일노동뉴스


"하루 13시간30분 일하고 버스 트렁크에서 잤다"

그러나 사고의 핵심 원인은 장시간 노동에 있었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에 따르면 정씨는 하루 13시간30분을 일했다. 하루 운전시간만 10시간이 넘었다. 정씨는 한 달 16일이 만근으로, 2~3일 근무 후 하루 쉬는 변형근로제로 일했다. 그가 근무하는 경북 천마고속은 115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매일 수도권 등 전국을 대상으로 노선을 운행하는 시외버스회사다. 당시 사고가 난 포항~인천공항 노선은 하루 3차례 운행됐다.
그런데 인천공항에는 정씨가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없다. 정씨를 비롯한 천마고속 노동자들은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버스 트렁크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운적석에 앉는 생활을 반복했다.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가 누적돼도 두 발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다.

정씨뿐만이 아니다. 이미 6년 전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운수노동자에게는 ‘다른나라 이야기’다. 현행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는 운수노동자로 하여금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12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고 있는 버스노동자는 피로에 시달리고, 운전자에게 생명을 맡긴 승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길수록 교통사고 발생률 높아져

연맹이 2007년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버스기사의 운전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통계로 증명됐다. 버스업계에서 보편화된 근무형태인 1일 2교대제와 격일제 근무를 비교한 결과, 1일2교대 업체보다 이틀마다 하루 종일 근무하는 격일제 업체의 교통사고 건수가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격일제로 일하는 버스기사가 1일2교대제로 일하는 기사보다 78% 이상 교통사고를 많이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삼진 한양대 교수(교통공학과) 등이 진행한 이 연구는 서울과 전국 광역시 171개 시내버스업체의 근무형태와 각 운수업체가 사고지수 산출을 위해 관련 당국에 보고한 공식 교통사고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 100명당 전체 교통사고 건수의 경우 1일 2교대 업체의 교통사고 건수는 7.56건으로 조사됐다. 반면 격일제 실시 업체의 교통사고는 13.46건으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임 교수는 "전체 교통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격일제 근로형태의 운전자는 1일 2교대로 일하는 운전자에 비해 78% 이상 교통사고를 많이 일으키고, 중상 및 사망교통사고를 40.6% 이상 더 많이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도 단위 130개 시내업체의 근로형태와 교통사고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운전자 100명당 전체 교통사고 건수를 보면 1일 2교대 업체의 사고건수는 11.41건으로, 격일제나 1일 근무제 운전자(16.73건)이나 2일 근무 뒤 1일 휴무를 하는 등의 근무형태(15.85건)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격일제와 1일 근무제로 일하는 운전자는 1일 2교대 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는 46.6% 이상, 중상 및 사망 교통사고는 13.5% 이상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장시간 노동 외면, 난폭운전만 탓 하는 정부

버스노동자가 장시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배경은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 특례조항을 통해 노사합의시 운수업 종사자의 연장근로는 아무런 제한 없이 늘릴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계는 운수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아예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운수노동자의 장시간노동 문제는 외면한 채 운전자의 난폭운전이나 자격 문제만 탓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말 교통안전법을 개정하면서 “사업용 차량이 일반 자가용에 비해 5배 이상 사고율이 높고, 교통법규 위반건수도 1.7배 많다”며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난폭한 운전습관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통안전법 개정에 따라 이달부터 중대 교통사고(전치 8주 이상)를 낸 사업용 차량 운전자는 교통안전체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최근 전세버스 교통사고가 잇따르자 안전관리대책으로 버스운전기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개정해 장시간 운전 막아야

운수노동계는 “버스노동자뿐만 아니라 택시·화물 등 모든 운전기사들이 장시간 운전으로 교통사고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법을 바꿔 장시간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노련은 2008년 공청회를 열어 ‘버스운전자 근로시간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김광식 성균관대 교수(행정학)가 연맹에 연구용역 결과로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연장근로는 4개월에 걸쳐 평균 4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60시간까지 가능하다. 연장근로를 하더라고 하루 총 운전시간을 13시간으로 제한하고, 1일 총운전시간이 12시간을 넘는 횟수도 1주 2회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같은해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에서 택시를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무고한 희생을 막고 운수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장시간노동에 대한 근본대책이 시급한 때다.

[Tip] 운수업 근로시간 특례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노사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주당 12시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근기법 제59조(근로시간 특례조항)에 따르면 운수업·보험업·통신업·접객업 등에 한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만 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운수업 근로시간 특례조항 폐지는 지난 2002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1년6개월 가까이 논의됐으나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버스·택시 노동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소방관보다 '심각'
버스 25.2%, 택시 34.1% … 승객과 갈등이 주요 원인
흔히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장애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고 말한다. 전쟁이나 자동차사고·테러나 폭행·재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꿈에서 끔찍한 사고현장을 되풀이해서 경험하는데, 이로 인해 불면증 같은 과민증상을 앓기도 한다.
전국운수산업노조에 따르면 버스 노동자의 25.2%, 택시 노동자의 34.1%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1천여명의 버스·택시 노동자를 상대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정신건강이 '대단히 심각한 상태'로 확인됐다. 이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지하철 기관사(18%)나 소방관(25%)보다 훨씬 높았다.
운수노동자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원인으로는 교통사고보다 승객과의 갈등이 주요하게 꼽혔다. 택시의 경우 승객과 갈등을 경험했던 노동자 10명 중 4명(44.2%)에게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의심됐는데, 그렇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는 절반 수준(28.4%)에 그쳤다. 조성애 노조 노동안전국장은 "버스 노동자는 타인이 다친 사고경험이 있거나 다친 사람의 질병 중증도가 심할수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빈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버스·택시 노동자의 우울증상 유병률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상 유병률은 버스·택시 노동자가 각각 25.2%, 35.2%로 나타났는데, 이주노동자(25%)보다 높았다. 김미영 기자




'교통사고 삼중고' 겪는 운수노동자
거액의 보상금 물고, 해고되고, 구속까지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를 낸 운전자 정아무개씨는 조만간 구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번 사고로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정씨가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어서 불구속 수사를 하고 있지만, 조만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중상해 교통사고 가해자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차량의 경우 쌍방 합의하에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상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버스·택시 노동자들이 이중, 삼중의 처벌을 받는다는 점이다. 버스·택시기사가 교통사고를 내면 우선 회사의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처분을 받는다. 중상해 교통사고는 해고 1순위다. 만약 면허정지·취소 등 행정처벌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운전을 생업으로 할 수 없어 가계가 파탄지경에 이른다.
중상해 교통사고가 아니더라도 운수업계에서는 교통사고 보상금을 운전기사들이 직접 물게 하는 이른바 ‘교통사고 처리·보상금 운전자 자부담’이 관행이다. 대형 교통사고를 내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고, 해고를 당하고, 감옥까지 가야 한다.
따라서 전국자동차노조연맹과 전국택시노조연맹 등은 사업용자동차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한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을 촉구하는 조합원 1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사업용운수종사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미영 기자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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