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임태희 고용노동부장관이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것을 시작으로 조만간 청와대와 내각 개편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사회통합수석실을 설치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는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4대강 사업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노동현안의 경우 집권 전반기에는 비정규직법과 전임자임금·복수노조가 최대 쟁점이었다면 후반기에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와 복수노조,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를 책임질 고용노동부의 새 수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 국정과제를 점검해 본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사회과학부)

이명박 정부의 전반기 국정운영은 전반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 단절됐고, 스스로 법치를 지키지 않았으며,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자기 뜻을 바꾸지 않으면서 조직과 사람만 바꾼다고 해서 얼마다 더 국민과 소통할 수 있겠는가. 특히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과 보통 국민은 달랐던 것 같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이 같은 대통령의 고정관념을 바꾸도록 설득하지 못하는 한 사람만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본다. 이 정권 스스로가 법치를 지키지 않고 민주주의를 표결로 처리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본다. 군주제하에서도 법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집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시기 그보다도 못했던 것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가 심각히 침해당했다. 민주주의란 대화와 타협이 핵심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존하며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에서 나타나듯 법치를 무시해 온 게 사실이다.
집권 후반기에는 노사관계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자신이 설정한 목표가 옳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대방도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대화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특히 헌법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비상사태가 아닌데도 6개월~1년 정도 과제를 맡겨 놓고 밀어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식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반부패기구 설립, 노조법 재개정 시급”
김선수 변호사(민변 회장)


최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논란에서 제기됐듯이 권력남용 방지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검찰개혁도 시급하다. 특히 독립된 반부패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지금 국민권익위원회에 흡수·통합된 국가청렴위원회를 다시 독립시켜야 한다. 또 그 산하에 고위 공무원 비리를 조사할 수 있는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수사권을 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깨면서 검찰권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중소·영세 상인을 살리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사채폭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부업법 개정안 등 이른바 ‘서민입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재개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노조법은 시행 초기부터 혼란이 심하다. 특히 정부가 노사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면서 노사갈등을 조장하는 형국이다. 노사가 합의한 내용까지 문제 삼고 있는데, 노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합리적 룰에 따라 성숙한 노사관계 구축해야”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하반기 노사관계의 빅 이슈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의 정착과 복수노조 시행 대비다. 21세기 노사관계는 노사자치주의가 가장 큰 원칙이다. 정부가 노사관계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노사관계 자율만 보장할 것이 아니라 노사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즉 법이 아니라 합리적 룰에 의해 노사관계가 성숙하는 것이 하반기 국정과제의 선결조건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빠지라’고 말하면서 거꾸로 정부에 매달리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노사 모두 국민이 공감하는 공동체의 이익에 걸맞는 노사관계를 보여 줘야 한다. 전임자 제도 시행과 복수노조에 대비하는 올 하반기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 이달부터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명칭을 바꿔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약자와 함께 하는 노사관계,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고용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보장 수준 높여야”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과)


소득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금 노동자들의 임금격차와 비정규직 문제가 일자리 창출 담론에 묻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여성노동자 같은 노동시장의 취약계층 문제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서민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관점이 모아지다 보니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 차별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 후반기에 정규직을 없애고 인턴제를 확대하는 식의 노동시장 유연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보호가 필요한 계층에 대해서는 사회보장 수준을 높이고, 부자에 대한 감세는 뒤집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확산시키고 있는 유연근무제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인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우려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임시직 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임시직 근로자를 감소시키면서 시간제 근로자를 늘려 가는 등 유연화돼 있는 부분을 완화해 가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시간제 근무에 대한)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조심스럽게 천천히 접근할 문제다.


“부동산시장 연착륙과 금융규제 고민해야”
김명록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정부는 금융기관 대형화·겸업화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반기 시장의 여론을 보면서 대형화·겸업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현 시기에 이 문제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자유화·탈규제화가 상당부분 진척됐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추가적인 위험을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탈규제 부분을 개선하거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당장 올해 하반기 금융시장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800조원을 넘어선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PF 부실 문제는 부동산시장과 직접 연결된 문제다. PF 부실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경기부양 정책을 쓰고 있는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나 과세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도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에 중요한 국정과제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지급보증률을 원래대로 돌리고 이자율도 높이려 하고 있다.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측면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출구전략이 돼서는 안 된다. 위기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과 가계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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