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 해당여부가 문제되는 상당수의 사안은 출·퇴근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다. 출·퇴근은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근무시간 중의 업무 수행과 같이 사업주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업무상 재해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상의 사유는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 등 두 가지 요건에 의해 규율된다. 업무수행성이란 그 재해가 해당 근로관계 하에서 발생했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업무기인성이란 업무와 재해에 의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을 모두 갖춘 경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비록 업무수행 중이 아니라고 해도 재해가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출·퇴근 중의 재해는 일반적으로 업무수행 중이 아니지만 업무와 조건적 인과관계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즉 업무가 없었다면 출근 중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퇴근 중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출근 중 재해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근로시간 중 재해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출․퇴근 중의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특정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각종 업무의 실태와 사업 운영의 구체적 내용 및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해석해야 한다.

이 판례는 출·퇴근 중의 교통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른 출·퇴근 경로 및 수단 선택의 가능성, 교통수단의 제공자, 교통수단 제공 취지 등을 고려해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발생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1. 사고 발생 경위

중국인 근로자 갑은 회사의 작업반장이자 팀장인 병을 통해 채용돼 아파트건설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목수로 근무했다. 회사는 작업반장 병에게 팀원들의 일당을 지급했으며, 작업반장 병은 소정의 소개비를 제외한 금액을 임금으로 팀원들에게 배분했다.

근로자 갑은 사고발생일에 함께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 을이 운전하던 오토바이를 뒤에 타고 퇴근하던 중, 위 오토바이가 갑과 을의 숙소 인근 도로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고, 이 사고로 인해 근로자 갑은 ‘우하지 경비골 간부골절’의 상해를 입었다.
위 오토바이는 작업반장인 병이 출·퇴근 시 이용하라며 근로자 을에게 제공한 것이었고, 근로자 갑과 을의 숙소는 작업반장인 병이 구해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비포장 상태였고, 인근 숙소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이용하여 공사현장까지 출·퇴근하고 있었다.

근로자 갑은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건 사고는 통근 중 재해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요양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했다.

2. 이 사건 당시의 법령내용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사고 발생 시점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6.7.1)은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직접 명시하지 않고 노동부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었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6.8.31)은 산업근로자가 출·퇴근하는 도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상한 경우로서 ①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들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의 이용 중 발생한 사고이거나 ②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이용권이 근로자측에 전담돼 있지 아니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보며 다만 이 경우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① 외국인 근로자 갑에게는 이 사건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이외에 다른 합리적인 선택의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 ② 작업반장 병이 제공한 위 오토바이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③ 작업반장 병이 근로자 갑에게 숙소와 교통수단을 제공한 이유는 중국인 근로자인 원고의 숙소 및 출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을 객관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원고에게 거주와 출․퇴근의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자 갑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추단된다는 점에서 근로자 갑의 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휘·감독하에서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3. 출․퇴근 중 재해의 업무상 재해 해당여부 판단기준

판례는 근로자의 출․퇴근시에 발생한 재해는 비록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해도, 일반적으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돼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출·퇴근이 업무상 재해는 일반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5.9.29 선고 2005두4458 판결, 1996.2.9 선고 95누16769판결 등).
그러나 근로자의 출·퇴근과정이 실질적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 구체적으로 ①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대법원 2004.4.23 선고 2004두121 판결)와 ②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했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대법원 2004.11.25 선고 2002두12298 판결, 2005.9.29 선고 2005두4458 판결 등), ③ 그리고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수단이나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한 육체적 노고와 일상생활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근로자에게 출․퇴근의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하는 경우(대법원 2009.5.28 선고 2007두2784 판결) 등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4. 2008년 7월 개정법과 이 판례의 중요성

2008년 7월1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가 업무상 재해 해당여부를 직접 규율하게 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이전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과는 다른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그 개정법은 기존 판례의 법리를 반영해 개정된 것일 뿐만 아니라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중 교통사고의 업무상 재해 해당여부에 대하여는 기존 판례의 법리가 계속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판례 역시 비록 2008년 7월1일 개정법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한 것이지만, 비록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출·퇴근 중 교통사고가 업무상 재해 해당여부에 대한 해석 기준으로서 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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