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협회(회장 정금자)는 1일 오전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양시설은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무법천지”라고 비판했다. 협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아무개(52)씨는 관리자로부터 이달부터 12시간 맞교대로 근무시간이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루 8시간 일하고 월101만원(세후)의 월급을 받고 있는 이씨는 월급 인상도 없이 근무시간을 연장하겠다는 소리에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건복(51)씨는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 집을 방문해 기저귀를 갈고 체위를 변경하고 시트를 교환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치 담그기나 청소·빨래도 이씨의 몫이다. 오후에는 오른쪽 마비증상을 앓고 있는 또 다른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 드린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생활 2년 만에 어깨 인대가 손상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씨는 결국 지난달에 휴직했다.
협회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해 수급자 가정에서 요양업무와 무관한 농사일을 시키거나 온갖 집안일을 맡겨 도우미 부리듯이 하는 부당한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남성 수급자들에 의한 성폭력 위협에도 시달리고 있다. 협회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는 100만명에 달하는데 취업기회는 21만명 정도에게만 주어지고 있어 빚어지는 사례들”이라며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비롯한 제도개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