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고위간부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를 적극 활용해 (대립적)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지난 10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근로시간 면제제도의 내용과 기업의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나왔다. <매일노동뉴스>가 설명회 참석자들로부터 받은 ‘사실확인서’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운배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날 노조의 성향을 구분해 타임오프 한도를 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참석자가 타임오프 시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느냐고 묻자 전 정책관은 “협력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굳이 사용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없지만 대립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거나 노조의 힘이 강해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은 당연히 일일이 체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타임오프 제도에 대해 “말하기 매우 조심스럽지만 현장경영권이 관리자에게 넘어간 것”이라며 “(사측이) 관리를 안 하면 도루묵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어떻게 (노조를) 다 관리할 수 있겠는가. 갈등적 노조를 점검하고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노조와 공공노조에 적용할 것이다. 이것이 이 제도의 핵심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공인노무사는 “노동부 고위간부가 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에게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한하고 감시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무척 당황하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 정책관의 발언과 관련해 노동부의 진상조사와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 정책관은 “강연은 비공개였다”며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전 정책관과 함께 대한상의 설명회에서 공동발제한 조영길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경영계위원은 노동부의 ‘근로시간 면제한도 적용 매뉴얼’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전국의 감독관들은 이 지침을 삼게 될 것이다. 이 매뉴얼로 잘 잡아 줘도 경영계 입장에서는 선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매뉴얼에 대해 법원에서 다른 판결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 그동안 이 지침은 회사에 아주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이날 환노위 회의에서 ‘근로시간 면제한도 적용 매뉴얼’과 관련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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