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오고 말았다.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서 사용자들은 날뛰기 시작했다. 지난주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지부장·지회장 등 19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임자에게 무급휴직처리 방침을 '내용증명서'로 통보했다. 사측은 3만8천시간 한도에서 정해지는 19명의 근로시간면제자를 제외한 나머지 전임자들에게 말했다. 개정 노조법이 적용되는 2010년 7월1일부터 “원직복직이 원칙이며 노사합의에 의해 별도 전임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노동법에 의거 7월1일부로 무급휴직처리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기아자동차에서, 이 나라에서 노조전임자의 운명은 통보됐다. 이렇게 기아자동차에서, 이 나라에서 노조와 전임자에게 사용자는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의 칼날을 내리쳤다.

기아자동차는 현재 단체교섭 중이다. 그러나 7월1일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측은 기존 전임자에 대한 방침을 내용증명서로 통보한 것이다. 사측은 개정 노조법 시행에 따라 이 방침을 사전 고지한다며 통보했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개정 노조법은 전임자에게 통보한 내용증명서 내용과 같다. 그래서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기존 전임자 중 지부장·지회장 등 근로시간면제자 19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임자에게 오는 7월1일부터 무급휴직처리된다고 ‘사전 고지’했다. ‘개정 노조법은 기존 전임자를 무급휴직처리할 수 있는 운명의 힘을 사용자에게 부여했다.’ 그렇게 알고 기아자동차에서 사용자는 통보했다.

2. 기아자동차에서 사용자는 일방적으로 전임자 중 근로시간면제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임자에게 위와 같이 내용증명서로 사전 고지했다. 그러나 개정 노조법은 기존 전임자 중 근로시간면제자를 사용자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노조법 제24조제4항은 전임자의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급여지급을 받고 조합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전임자 중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급여지급을 받고 조합 업무를 할 자, 이른바 근로시간면제자를 사용자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개정 노조법은 기존 전임자를 무급휴직처리할 수 있는 운명의 힘을 사용자에게 부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일방적으로 기존 전임자 중 근로시간면제자와 기타 전임자를 정해 오는 7월1일부터 적용될 처우 등 지위에 관해 통보했다. 이처럼 개정 노조법은 기존 전임자 중 근로시간면제자와 기타 전임자를 정할 수 있다고 사용자에게 ‘고지’하거나 ‘통보’하지 않았음에도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위법하게도 ‘고지’하거나 ‘통보’했다. 지금 기아자동차에서 노사는 전임자 등 개정노조법과 관련한 단체교섭을 하고 있다. 이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되는 단체협약에서 정해질 수도 있다. 이때 그 단체협약이 기존 전임자 중 근로시간면제자와 기타 전임자를 정해 사용자에게 고지하거나 통보하게 될 것이다.
사측은 근로시간면제자가 아닌 기타 전임자를 선정하고 이들에게 7월1일부로 무급휴직처리를 사전 고지했다. 기존 전임자 중 근로시간을 면제받지 못하는 자가 누구인지 지금은 사용자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귀하는 현재 당사의 노동조합 전임자로서 개정노조법 시행과 관련한 휴직처리 방침에 대해 사전 고지한다”고 내용증명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 “귀하”가 누구인지 사용자는 알 수 없다. 더구나 노조측, 즉 기아차지부조차도 아직 “귀하”가 누구인지 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은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귀하”에게 무급휴직처리됨을 통보해서는 안 된다. 아직은 사측의 “귀하”는 무급휴직처리를 할 지위에 있지 않다. 아직은 기존 전임자 중 사측의 “귀하”로서 사측의 사망자 명단에 오를 자가 누군지 결정되지 않았다.

3. 한편 기아자동차 사측은 전임자를 휴직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 기아자동차에서 기존의 단체협약 기타 노사합의, 관행 등은 전임자에게 현업 조합원과 동일한 지위를 보장했지 전임자를 휴직처리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다. 회사에 근로제공하지 않고 노조 업무에 종사한다는 것만 현업 조합원과 다를 뿐이었다. 나머지는 현업 조합원과 그 지위가 동일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개정 노조법을 이유로 휴직처리를 통보했다. 그러나 개정 노조법은 근로시간면제를 받지 못하는 전임자에 대해 휴직처리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다. 노조법은 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전임기간동안 급여를 지급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전임자의 급여지급만 금지했지 전임자의 나머지 처우 등 지위를 금지하지 않았다. 개정 노조법 제24조제3항은 “사용자는 전임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도입해 오히려 전임자의 활동과 지위를 보호하고 있다. 전임자의 급여지급 금지가 시행됨에 따라 자칫 전임자의 활동과 지위가 사용자로부터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급여지급 외 나머지 처우 등 지위는 적극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근로시간면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임자를 휴직처리 하겠다고 사전 고지했다. 사측은 이번 사전 고지를 통해 기존 전임자의 지위를 더 이상 보장하지 않겠다고 고지한 것이고 이로써 노조법 제24조제3항을 위반하겠다는 것을 고지하고 말았다.

기아자동차 사측은 ‘무급’휴직처리를 통보했다. 사측이 전임자 중 일방적으로 선정한 근로시간면제자 19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임자에게 ‘무급’휴직처리를 통보했다. 조합원의 휴직처분은 단체교섭을 통해 정할 사항이다. 기아자동차 단체협약 제34조는 휴직사유와 기간, 그리고 해당 근로자의 청원이 있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고 제35조는 휴직자의 처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 외 취업규칙 등 회사의 제규정에서 휴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휴직의 사유·기간·절차, 그리고 휴직자의 처우가 적용돼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기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서만 전임자에 대한 휴직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때에도 기존 휴직자의 급여 지급 등 처우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은 기존 단체협약 등에 따르지 않고 전임자의 운명을 통보했다.

더구나 전임자에 대해서 휴직처분을 한다면 이미 노조법상 전임자가 아니다. 노조법상 전임자는 근로계약상 소정의 근로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조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는 자를 말하는데(제24조 제1항) 휴직처분을 받은 자는 그 휴직기간은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의무가 없어 노조법상 전임자로 볼 수 없다. 기아자동차 단체협약 제34조와 제35조도 휴직자의 근로제공의무가 없음을 당연히 전제하고 이를 보장하고 있다. 휴직자의 지위에서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다 해도 노조법 제24조제2항에 의해 금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아자동차에서 사측이 전임자에게 ‘무급’·‘휴직’처리를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고 사전 고지한 것은 전임자의 지위에 관한 사측의 바람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이를 사전 고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사측의 바람이 크고 강해도 그것만으로 개정 노조법에 따르지 않는 한 사용자의 처분은 전임자의 운명을 결정지을 칼날이 될 수 없다. 단체협약 등이 기아자동차에서 개정 노조법이라는 칼날을 당장 내려칠 수 없도록 했다.

4. 나아가 사측은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 19명을 제외한 기존의 전임자들은 “원직복직이 원칙이며 노사합의에 의해 별도의 전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개정 노조법은 전임자의 급여지급만 금지했지 기존 전임자의 지위를 금지한 것이 아니다.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기존 전임자의 수와 지위의 보장에 어떠한 제한이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아자동차에서 노사는 단체협약·별도 노사합의, 그리고 관행에 의해 전임자의 수와 지위를 보장 해왔다. 따라서 개정 노조법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임자의 수와 지위는 여전히 보장된다. 그럼에도 사측은 근로시간면제자를 제외한 나머지 전임자들은 “원직복직이 원칙”이라고 하고 “노사합의에 의해 별도의 전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기아자동차지부의 전임자에게 “원직복직시 정상급여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내용증명서로 통보했다. 마치 새로이 전임자에 관해 노사합의가 있어야 전임이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이미 기아자동차에서는 전임자의 수와 지위에 관해 노사가 정해 왔고 따라서 별도의 노사합의가 필요 없다. 비록 기존 단체협약이 지난 3월30일 만료됐다고 해도 여전히 그 단체협약이 효력을 갖기 때문에 기존 단체협약에서 보장된 전임자의 수와 지위는 그대로 보장되는 것이다. 기아자동차에서는 7월1일 이후에도 기존 전임자들은 “원직복직이 원칙”이 아니며 여전히 전임자로서 활동할 수 있으며 “노사합의에 의해 별도의 전임을 인정”할 필요 없이 전임자로서의 지위가 보장된다. 만약 7월1일 이후 사측이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는 개정 노조법 제24조제3항의 위반에 해당하고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한다. 심지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5. 기아자동차에서 이번 내용증명서 통보만으로는 아직 운명의 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용증명서를 통해 장차 사측이 전임자에게 사용할 칼이 무엇인지 봤다.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이 사용할 칼이 무엇인지 분명히 봤다. 노조가 교섭과 투쟁을 통해 이에 맞서지 못한다면 이 칼은 전임자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반대로 노조의 교섭과 투쟁에 의해서 이 칼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이 칼이 전임자의 운명을 결정할 것인가. 노조가 이 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인가. 이제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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