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운전시 지속적인 주의집중과 돌발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습관, 장시간 앉아서 운전을 해야 하는 활동부족, 디젤엔진 배출물질 등 다양한 유해요인에 노출되게 된다. 이로 인한 건강장해로는 심혈관계질환·근골격계질환·위장관계질환 등이 있다. 하지만 운수업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에 있어 가장 주요한 문제는 본인의 안전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교통사고다.
 
우리나라 사업용 차량의 유효대수당 사고율은 24.6%로 개인용 차량(5.0%)보다 높다. 일반차량에 비해 높은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다른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1만대당 개인용 차량의 사고율이 154.8건인 것에 비해 사업용 차량은 32.1건이며, 영국의 경우 개인용 차량이 57.4건이고 사업용 차량은 54.0건이다.

선진국보다 높은 사업용 차량 사고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용 차량 1만대당 3.0명인 것에 반해 사업용 차량의 경우 17.4명으로 5배가량 높다. 미국에서는 개인용 차량이 1.0명이고 사업용 차량이 0.2명이며, 영국에서는 개인용 차량이 0.7명이고 사업용 차량이 0.5명으로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사업용 차량(버스·택시·화물·레미콘·덤프트럭)의 높은 사고율은 운수업 노동자의 장시간 운전·교대근무·심야운전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 예로 지난해 3월에 10회에 걸쳐 고속도로 휴게소·화물공용주차장에서 총 817명의 화물운수노동자를 대상으로 검진을 실시해 노동조건에 따른 교통사고율의 차이를 살펴봤다.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심야운행을 한 달에 몇 번 하는지에 따라 교통사고율에 차이가 있었다.
 
한 달 평균 야간운행 횟수가 5일 미만인 집단에서 지난 1년간 교통사고율은 17.5%인 데 반해, 5일에서 15일 미만인 집단에서는 23.2%, 15일 이상인 집단에서는 26.5%로 증가했다. 이러한 야간운행 횟수별 교통사고율의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또한 1일 평균 운행시간에 따라서도 교통사고율의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 하루 11시간 미만으로 운전하는 집단에서 교통사고율은 20.8%인 반면, 11시간 이상 운전하는 집단에서 교통사고율은 27.1%이었다.

야간운행 많을수록 사고율 높아

또한 총 30개 택시회사의 2천787명의 택시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근무조건에 따라 교통사고율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월급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택시노동자의 교통사고율은 19.4%인 반면 사납급제 또는 혼합임금제를 실시하는 사업자의 교통사고율은 23.1%이었다.

임금형태뿐만 아니라 교대근무 형태에 따라서도 교통사고율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1일 2교대제를 실시하는 11개 사업장의 교통사고율은 19.9%였지만, 1인1차제·격일제·복격일제 등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사업장에서의 교통사고율은 26.4%로 차이가 있었다.

운수업 노동자의 교통사고와 노동조건 간의 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업용 차량의 높은 교통사고율은 운수업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쓴 당일 새벽에도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량의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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