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재고용의무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25조제1항은 “제24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제24조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리해고를 시행한 날로부터 3년 내에 사용자가 해고 당시와 동일 업무에서 새롭게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하는 경우 재 고용을 희망하는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구법 제31조의2 제1항은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2년 이내에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에는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해고 전의 직책 등을 감안하여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현행법이 구법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우선재고용이 선언적 차원의 노력규정에서 법적의무를 부과하는 강행규정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구법은 법적 의무가 아닌 단순한 노력규정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실무상 동 규정이 전혀 활용되지 아니하였고 관련 판례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법 개정에 의해 우선재고용이 사용자의 법적 의무로 전환됨에 따라 향후 동 제도의 운영 및 해석과 관련하여 다양한 쟁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1) 우선재고용의무는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의 재고용우선권을 실체법상의 구체적 권리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ILO국제노동기준(제166호 권고)2)이나 프랑스의 입법3)과 비교할 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의한 법적 흠결의 보완이 절실히 요청된다. 따라서 우선재고용의 제도적 고찰과 주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우선재고용의 제도적 고찰
1. 우선 재고용의 제도적 의의
구법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해고한 근로자를 일정한 조건하에서 단순히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라는 선언적·훈시적 규정으로 실효성이 없어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3년 이내에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동일업무에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고용의무를 규정함으로써 고용의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개정한 것이다. 우선재고용 의무조항을 위반시 처벌규정은 없지만, 3년 이내에 동일업무에 근로자를 고용시 정리해고된 근로자에게 취업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당해 근로자의 민사상 재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 보호 측면에서 볼때 과거보다 그 실효성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전 기업에 재고용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넓어질 것이며, 단지 의무불이행시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상의 권리의무를 발생시킨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 제한
우선재고용제는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 외에도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여러 노동관계 법률에 존재한다. 예컨대, 15세 미만인 자의 사용금지, 임산부 및 연소자의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의 사용금지, 남녀·장애인·고령자 등에 대한 채용상의 차별금지, 장애인의 의무고용 등이 있다. 이는 연소자 보호, 모성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금지와 적극적 평등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재고용제도는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주된 이유는 정리해고의 특성에 기인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근로자들은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존속을 위해 고용상실의 불이익을 당해야 했고, 이러한 근로자들의 과거의 희생에 대한 사후적 보상 창원에서 재고용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재고용은 법률에 의해 창설된 새로운 의무가 아니라 정리해고의 특성으로부터 유래하는 사용자의 신의칙상 의무를 법률이 구체화한 것이다.
3. 근로자의 재고용우선권
사용자의 우선재고용 의무에 상응하여 근로자에게는 재고용우선권이 인정된다. 재고용우선권은 채용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고용권’ 보장의 의미를 갖지만,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첫째, 재고용우선권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설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정리해고 후 새로운 노동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발생한 경우 우선적 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불과하다. 재고용우선권은 노동력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전제로 하고, 새로운 수요 여부에 대한 판단·결정의 권한은 결국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이 한계가 있다. 둘째, 재고용우선권은 권리행사의 시기 및 권리행사의 대상 업무라는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법에 의하면 재고용우선권은 해고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에 한하여 인정되기 때문이다. 셋째, 재고용우선권은 근로관계의 재형성에 대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지 해고 이전의 지위(예, 근속연수, 임금수준 등)로의 원상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재고용우선권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사용자에게 근로수령의무가 있는지를 따지는 취업(취로)청구권과는 구별된다. 재고용우선권은 새로운 근로계약의 체결 청구에 관한 문제인 반면에 취업(취로)청구권은 체결된 근로계약의 이행청구에 관한 문제다. 넷째, 재고용우선권은 일반적인 채용지원자에 우선하는 고용의 권리를 해고된 근로자에게 보장하지만, 해고된 근로자들 사이에서 누가 우선권을 갖는지에 관해 법은 침묵하고 있다. 신규 노동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보다 재고용을 윈하는 근로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재고용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재고용우선권을 확정된 개별적·구체적 권리로 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재고용우선권의 한계는 근로자의 권리와 사용자의 채용자유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제한에 의해 재고용우선권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 등에 의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4. 정리해고의 한계성 보완
우선재고용은 정리해고의 유효성을 기본 전제로 한다. 정리해고가 무효인 경우에는 원직복귀 등 원상회복이 문제되는 것이지 재고용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정리해고의 유효성을 전제로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고제도가 갖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법적 의의가 있다. 첫째는 사법적 판단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측면이다. 우선재고용제도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게 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해고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해고 이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기업이 정상화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해고사유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정리해고 자체가 기업경영의 정상화를 촉진했을 수도 있고, 해고시점에서 합리적으로 예측 불가한 상황의 변화 등이 기업의 정상화를 초래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고사유의 정당성에 관한 사업판단의 오류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 하에서 우선재고용제도는 해고된 근로자들의 신속한 고용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우선재고용 제도는 해고사유의 정당성 판단에 내재하는 한계를 일정 정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다음으로, 우선재고용제도는 해고 대상자 선발과 관련하여 위법으로 보기 어려운 사용자의 의도적 행위, 경우에 따라서는 입증 곤란한 법 회피 내지 재량권의 남용을 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정리해고를 기회로 하여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특정 근로자를 선발·퇴출시키고, 기업 정상화를 계기로 다른 자를 채용하는 이른바 ‘의도적 내지 불순한 근로자 대체’를 일정 정도 방지케 한다. 물론 법은 해고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정리해고의 유효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해고기준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요소들 및 각 요소의 상대적 가중치에 대한 사용자의 결정재량이 부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고기준이 외관상으로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보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사용자의 그릇된 주관적 의도, 경우에 따라서는 위법한 의도가 은폐되어 있을 수 있고, 많은 경우 그러한 의도의 존재를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고용우선권의 보장은 사용자에 의한 ‘부당한 근로자 대체’를 억제할 수 있게 한다.
Ⅲ. 우선재고용제도의 내용
1. 우선재고용 대상자
법에 의하면 우선재고용 대상자는 해고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로서 재고용을 원하는 근로자이다. ‘해고한 날’은 해고의 통지가 있는 날이 아니라 해고의 효력이 발행한 날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법 제27조는 해고 사유와 더불어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서면 통지의 대상이 되는 해고시기는 해고효력의 발생일을 의미한다. 우선재고용 대상자 여부에서 해고의 규모, 해고된 근로자의 해고 당시 고용형태(정규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나 근속년수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해고된 후에 다른 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자도 대상자이다. 과거의 고용상실에 대한 사후적 보상 차원에서 재고용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제도의 취지, 법이 규정하는 ‘해고된 근로자’라고 하는 요건을 감안할 때 해고 후 다른 기업에 취업 중인 자를 적용대상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그러한 자가 재고용우선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 자의 재량적 결정사항이다. 결국 해고 이후 근로자가 처한 지위 내지 상황은 우선재고용 대상자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정리해고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희망퇴직을 선택한 근로자 등 자발적 퇴직자를 우선재고용 대상자로 해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자발적 퇴직자의 경우에도 본인의 귀책사유와는 무관한 경영사정과 관련하여 기업을 떠난 자이기에 재고용의 기회를 굳이 박탈할 이유가 없고,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적격자를 재고용 할 수 있는 폭이 확대되기 때문에 우선재고용 대상자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또한 해고된 근로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채용지원자와의 관계에서는 자발적 퇴직자를 우선재고용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 프랑스 판례는 ‘해고된 근로자’라는 명시적인 법 문언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항에 근거하여, 정리해고 과정에서 자발적 퇴직을 선택한 근로자도 해고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재고용우선권을 갖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4) 그러나 자발적 퇴직자를 포함시키는 해석은 자발적 퇴직자는 본인의 의사가 매개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 이익(명예퇴직보상금)과 교환하여 근로계약을 종료한 자인데 그렇지 않은 해고된 근로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해석은 형평의 관념에 반할 수 있다고 본다.
2. 우선재고용 대상 업무
사용자의 우선재고용 의무는 새로운 노동력에 대한 수요의 발생을 전제로 한다. 노동력 수요의 발생 원인은 문제되지 않는다. 근로자의 사직이나 정년퇴직에 따른 결원, 경영 정상화에 따른 신규 일자리의 창출 등 새로운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공석의 직이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해고된 근로자를 재고용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설할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결원이 발생하였다고 해서 사용자가 그 결원을 반드시 보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결원에 따른 인원감소를 감내하여야 할 어려운 경영사정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원이 곧 신규 노동력에 대한 수요의 발생을 의미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신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공석의 직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개별 사업장단위에서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체 기업단위에서 판단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개별 사업장단위라고 해석하면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에 속했던 사업장에서 공석의 직이 발생한 경우에만 우선재고용제가 적용된다. 반면에 전체 기업단위라고 해석하면 어떤 사업장에서 공석의 직이 발생하든 적용된다. 사견으로 우선재고용제의 기본 취지가 해고된 근로자의 고용권을 제한적이나마 보장하는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체 기업단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한편, 영업양도가 있고 난 후 양수인에게 신규채용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 양도인이 부담하고 있었던 우선재고용 의무가 양수인에게 승계되는지 문제된다. 우리 판례에 의하면 영업양도에 의해 승계되는 근로관계는 영업양도 계약 체결일 현재 실제로 그 영업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만을 의미하고 계약 체결일 이전에 해당 영업부문에서 근무허가가 해고 또는 면직된 근로자로서 해고 및 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근로자와의 근로관계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5)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영업양도와는 무관하게 유효하게 정리해고된 근로자의 근로관계는 영업양도에 의해 그 근로관계가 승계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도인이 부담하는 우선재고용 의무까지 승계대상에서 배제되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사견으로 영업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 우선재고용 의무는 계약상의 채무가 아니라 법에 의해 부과되는 의무이고, 자연인인 사용자 개인이 아니라 기업과 연관된 의무이기 때문에 양수인에게 이전된다고 본다.
법은 우선재고용 적용대상 업무에 관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채용대상 업무’가 ‘해고시의 업무’와 같은 수준의 직업능력·자격을 요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업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즉, 두 업무의 주된 내용이 서로 다를지라도 동일한 수준의 직업능력·자격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같은 업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업무의 주된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업무의 동일성을 부정하면 재고용우선권을 보장하는 제도의 취지가 크게 퇴색될 수 있다. 해당업무가 요구하는 능력 및 자격이 같은 수준이 아닌, 자신이 보유한 것보다 높은 수준의 직업능력·자격을 요구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우선재고용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반면에 근로자는 보다 낮은 수준의 직업능력·자격을 요하는 업무에 대해 우선재고용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해고된 근로자의 직업능력·자격에 비추어 ‘채용대상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고, 해당 근로자가 원한다면 재고용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3. 우선재고용의 절차
법은 우선재고용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법적 흠결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해고의 효력이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내에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자는 ‘재고용우선권을 갖는 근로자’에게 재고용을 제안하도록 그 절차를 정해야 한다. 재고용 제안은 개별적 통지의 방식으로 행하도록 절차를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 근로자는 재고용우선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적 통지의 구체적 방식에 관해 특별히 정한 바가 있으면 그에 따라야 하고, 특정된 바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해고 당시 주소지 또는 근로자가 알려온 최종 주소지에 해당 근로자를 수취인으로 하는 우편을 발송하였다면 개별적 통지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 공중을 상대로 한 채용공고는 개별적 통지에 의한 재고용 제안으로 볼 수 없다. 사용자에 의한 재고용 제안의 법적 성격은 사안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신규 채용직의 수가 재고용우선권을 갖는 근로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 사용자의 재고용 제안은 근로계약의 체결에 대한 청약이 된다. 이 경우 재고용 제안의 내용에는 임금 등 근로조건과 기타 재고용에 따른 대우 사항이 포함될 수 있다. 반면에 신규 채용직의 수가 재고용우선권을 갖는 근로자의 수보다 적은 경우 재고용 제안은 근로계약의 체결을 위한 청약의 유인으로 불 수 있다. 사용자의 재고용 제안을 받은 근로자는 그 수락 여부의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권리행사의 기간과 방식을 정하고 있으면 그에 따르면 되고,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바가 없더라도 사용자는 재고용 제안 통지서에서 권리행사의 기간과 방식을 정할 수 있고, 근로자는 그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다만, 사용자가 재고용 제안 통지서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기간과 방식은 근로자의 권리행사를 보장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사용자의 재고용 제안을 수락하는 의사표시를 하면 재고용우선권은 행사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정해진 기간내에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었던 경우에는 근로자가 재고용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사용자의 우선재고용 의무는 이행되었다고 본다.
4. 우선재고용의 판단기준
우선재고용을 원하는 근로자의 수가 신규 채용직의 수 이하인 경우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의 채용을 거부할 수 없다. 이 경우 재고용 여부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이 허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고용을 원하는 재고용우선권자의 수가 신규 채용직의 수보다 많은 경우이다. 이 경우 사용자는 어떤 기준에 따라 우선재고용을 결정하여야 하는지 논의할 실익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합리적 재량권을 인정한다. 예컨대, 신규 채용직의 수에 비해 다수의 근로자들이 재고용을 원하는 경우 사용자는 기업이익의 관점에서 적격자를 선택할 수 있고, 소송상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면 된다고 한다.6) 미국에서는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자가 우선적으로 해고되고(layoff),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된 자가 우선적으로 재고용(recall)되는 선임제(seniority system)를 단체협약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7)
이와 같은 외국의 판례와 관행을 감안할 때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우선재고용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경우 사용자는 이에 구속된다. 다만, 이 경우 우선재고용의 기준은 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서 아무런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우선재고용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은 가급적이면 재고용 제안 통지서상에 언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사용자가 정하는 우선재고용의 기준이 차별적인 것이 아니며, 사용자의 자의를 배제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이라면 합리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셋째, 재고용에서 배제된 근로자는 우선재고용 기준의 차별성 내지 합리성을 다투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소송과정에서 사용자는 이에 대한 입증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한다.
5. 우선재고용 의무위반의 효과
우선재고용 의무위반이 성립하는 경우, 예컨대, 재고용우선권을 행사한 근로자를 배제하고 다른 일반 지원자를 채용한 경우나 단체협약 등이 정한 우선재고용 절차를 위반한 경우 또는 우선재고용의 기준이 차별적이거나 불합리한 경우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우선재고용 의무를 부담하는 3년의 기간 내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은 경우 의무위반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 다만, 공석의 직이 발생하여 신규 채용의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사용자가 재고용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우선재고용 적용기간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가 구인광고를 낸 경우에는 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프랑스의 판례8)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재고용우선권을 침해당한 근로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고용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소의 제기 및 의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 경우에 따라서는 고용의무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미리 특정하기 곤란한 일반적인 상황에서 고용의무이행을 구하는 소의 제기가 효과적일지 의문이며, 또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손해의 입증에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채용된 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액이 손해의 범위를 정할 때 고려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구체적인 손해액을 확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다만, 재고용우선권의 침해로 근로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현행법은 재고용우선권은 추상적 권리가 아니라 구체적 권리로 승인되었지만, 그 권리에 근거하여 사용자의 의무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수반될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프랑스의 입법례처럼 의무위반의 효과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보며, 차선책으로 단체협약 등에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사용자의 우선재고용 의무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를 입증하거나 재고용을 강제하기 곤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사용자의 민사책임에 관한 최저기준을 정한 프랑스 법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각주]
1) 조용만, “개정 근로기준법상 우선재고용제의 법적 평가 및 쟁점 검토”, 「노동법연구」22권,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2007. 6, 127-149면 참조.
2) ILO의 1982년 ‘고용종료에 관한 권고’(Recommendation concerning termination of employment at the initiative of the employer)제166호 제24항에 규정된 우선재고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기술적·구조적 또는 유사한 성격의 이유로 고용이 종료된 근로자들이 고용종료의 시점으로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재고용 희망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사용자가 유사한 직업자격(comparable qualifications)을 가진 근로자들을 다시 채용하려고 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들에게는 우선재고용이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우선재고용은 특정된 기간 범위내로 한정될 수 있다. 셋째, 우선재고용의 기준, 재고용을 하는 경우 특히 연공원(seniority rights)등 권리보유의 문제, 재고용 근로자의 임금을 규율하는 조건은 이 권고 제1항이 언급한 방법(즉, 국내 법령, 단체협약, 중재재정이나 법원결정 또는 국내 사정에 적합한 기타의 방법)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3) 프랑스의 경우에는 노동법전(Code du travail)에서 정리해고된 근로자의 재고용우선권(priorite、 de re、embauchage)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법전 L.321-14조에 의하면, “경제적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는 근로계약 종료일로부터 1년 동안 재고용우선권을 가지며, 해당 기간 내에 그 권리행사의 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의 직업자격에 상응하는 모든 공석의 일자리(직)를 해당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 외에도 사용자는 종업원대표들에게 공석의 직을 알려야 하고, 해당 직의 리스트를 게시하여야 한다. 새로운 직업자격을 획득한 근로자가 이를 사용자에게 알린 경우 해당 근로자는 그 직업자격에 상응하는 재고용우선권을 가진다.” 재고용우선권은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일정한 요건하에서 재고용될 수 있는 권리를 일정기간 보장한다.
4) Cass. soc. 10 mai 1999, RJS 6/99, 806. 판례는 그 근거로 노동법전 L.321-1조 제2항을 들고있다. 동항에서는 정리해고에 관해 규율하고 있는 본 장의 모든 조항(L.321-1조~L.321-17조)은 경제적 이유에 기인하는 모든 근로계약의 종료에 적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J. Pelissier, A. Supiot et A. Jeammaud, Driot dutravail, 22e ed.;, Dalloz, 2004, 596면 참조
5) 대판 1993. 5. 25, 91다41750.
6) Cass. soc. 2 decembre 1998, RJS, 1/99, N。88
7) Michel R. Carrel and Christina Heavrin, Labor Relations and Collective Bargaining, 6th edition, Prentice-Hall, 2001, 342-343면 참조
8) Cass. soc. 6 avril 1994, 건, 5/1994, n。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