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보험급여를 산정할 경우 해당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난 후에는 매년 전체 노동자의 임금 평균액의 증감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한다. 노동자가 60세가 된 이후에는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재량에 따라 보험급여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5일 김아무개(67)씨가 평균임금 증가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인 김씨는 외국계회사 직원으로 이 회사에 20여년간 재직했다. 김씨는 부사장으로 일하던 지난 91년 회의를 하던 중 쓰러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공단으로부터 요양승인을 받아 6개월간 입원치료를 했지만 완치되지 못하고 좌반신 마비 장해를 입었다. 93년 공단으로부터 장해등급 3급을 판정받은 김씨는 2002년까지 당시 월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을 수령했다.

2003년부터 최고보상제도 적용받아

문제는 최고보상제도였다. 이 제도는 보험급여를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최저·최고보상기준 금액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것이다. 99년 개정된 산재보험법에 따라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됐다. 평균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 평균액의 1.8배를 넘으면 최고보상기준금액을, 2분의 1보다 적으면 최저보상기준금액을 평균임금으로 보고 보험급여 수준을 정한다. 그런데 2003년 1월부터는 법 개정 후 새로 장해급여를 받는 이들뿐만 아니라 기존 규정에 따라 급여를 받아 온 이들에게까지 소급 적용되기 시작했다.

김씨도 2003년 1월부터 최고보상제도의 적용을 받았다.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1일 최고보상기준금액인 13만3천70원을 평균임금으로 산정해 기존에 받던 연금의 28%만 지급받았다. 연금이 72%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김씨는 공단을 상대로 장해연금감액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소송 중 옛 산재보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이에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부칙 제7조 중 ‘2002년 12월31일까지는’ 부분은 소득재분배와 새로운 보상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공익상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위 법률 시행 전에 업무상재해를 당해 장해보상연금 등을 수령하고 있는 수급권자들의 신뢰를 지나치게 침해해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고, 결국 수급권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부칙 7조는 2000년 개정 산재보험법이 시행되기 전에 업무상재해를 입은 자는 2002년 12월31일까지 기존의 규정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공단에 평균임금 증감 신청

공단은 김씨에게 2003년부터 위헌 결정일까지의 장해보상연금 중 2002년 12월까지의 월 평균임금 70%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에서 최고보상기준금액으로 지급한 연금의 차액분을 추가로 지급했다. 김씨는 2003년 1월 이후 기간에 대해 동일직종 노동자의 통상임금 변동률을 반영해 장해급여를 지급해 달라며 공단에 평균임금 증감 신청과 이에 따른 보험급여 차액 지급 청구를 했다. 그러나 공단은 “원고의 평균임금이 원고의 사고 이전 동일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수준과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며 2000년 7월 이후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들과 형평이 맞지 않다”며 평균임금 증감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업무상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해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라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에 반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평균임금 증감 결정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 “원고의 기대이익 침해한 재량권 남용”

법원의 주요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고보상제도 시행 이전에 산재를 당해 최고보상 기준을 초과하는 평균임금을 기초로 장해보상연금 등을 수령하고 있는 수급권자들이 산재사고 이전에 종사하던 직종과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반적인 통상임금 수준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평균임금을 지급받고 있었거나, 2000년 7월 이후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2003년 1월 이후의 원고의 장해보상연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을 일률적으로 수년간 인상하지 않은 것은 평균임금 증감에 관련된 여러 이익의 교량을 소홀히 한 결과, 과도하게 원고의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에 관한 기대이익을 침해함으로써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다.”

[관련판례]
헌법재판소 2009년5월28일 결정 2005헌바20·2005헌바22·2009헌바30(병합)
서울행정법원 2010년5월25일 선고 2009구단17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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