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속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발암물질 진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 곳곳을 다니며 어떤 제품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는지 찾아내 노동자들에게 알려 주고 있다. 노동자가 무엇이 발암물질인지 알아야지만 발암물질을 마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암물질을 사용해 온 기록도 남기고 있다. 나중에 발생할 직업성 암의 근거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발암물질 대신 사용할 제품을 알려 주거나 환기장치 등 개선방안도 마련해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금속노조 충남지부에서 시작된 발암물질 진단사업은 이달 말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에 이어 오는 9월까지 경주지부를 비롯한 전국 80여개 사업장에서 1차 조사가 실시된다. 금속노조는 이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의 건강권을 한층 더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발암물질진단사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발암물질은 금속산업에서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속산업에서 사용되는 제품의 최소 10~20%는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다. 금속가공에 사용되는 절삭유는 후두암과 식도암의 원인물질이다. 용접에서는 6가 크롬이 발생해 폐암과 비강암을 일으킬 수 있다. 도장공은 페인트의 발암물질 성분에 노출돼 폐암이 올 수 있다. 세척작업에는 벤젠이나 트라이클로로에틸렌(TCE) 같은 물질에 노출돼 백혈병과 림프종이라는 혈액암이 발생한다. 크롬도금이나 황산을 이용한 산세척 또한 폐암이 발생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직업성 암은 160만 모든 금속노동자들의 문제인 것이다. 이 때문에 금속노조에서는 발암물질진단사업을 추진하면서 15만의 사업이 아닌 160만의 사업으로 기획했다.

첫째, 금속노조가 발견한 전체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모든 금속노동자들의 알권리를 실현할 것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는 현재까지 약 5천개 제품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분석했고, 앞으로 1만개 이상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모으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중에서 어떤 제품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는지 공개함으로써, 비발암물질을 선택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들이 누리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다. 현장의 개선사례와 대체물질 사례를 공개하는 등 금속노동자들이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가 제공되도록 할 계획이다.

둘째, 160만 금속노동자를 대상으로 숨어 있는 직업성 암 환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대다수 노동자는 자신이 어떤 발암물질을 마셔 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암에 걸려도 직업성 암이라는 의심을 해 보지 못한다. 설령 직업성 암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들 어찌해 보겠다는 생각은 품어 보지도 못한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160만 전체 금속노동자들에게 자신과 주변의 노동자들에게 발생한 암을 신고하도록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용접폐암·석면폐암·절삭유 식도암·후두암·도금 폐암 등 너무도 뻔한 직업성 암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환자 찾기 운동을 전개하고 산재신청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노동법 개악으로 인한 총파업이 예정돼 있고, 각 사업장별로도 단체협약 해지 등 노사관계의 장기 파행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와 보수언론에서는 금속노조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장치를 가동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금속노조가 160만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길을 가겠다고 나섰으니,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보내 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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