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쇄신’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90명의 초선의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가 초선의원을 포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약속했지만, 그 뒤 서명참여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9일만 해도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리는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했다. 정미경 대변인은 “선수별·지역별·계파별 안배를 했다. 국회직과 당직의 경험이 있으신 분들과 초선·재선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브리핑했다.

초선의원들 눈에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기득권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이 따로 없었다. 초선의원들이 서명한 ‘우리의 입장’에서 그 단초를 확인할 수 있다. 초선의원들은 지방선거를 “당과 청와대·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경고”라고 판단했다. “당·청, 당·정 관계를 대등하게 운영하지 못해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소홀했다”는 고백도 나왔다. 청와대를 향한 섭섭함과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다.

핵심은 내용이다. 쇄신요구에는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이 적시됐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요구됐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국정과제 추진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고, 내각 개편으로 이어 가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 부분만큼은 민주당의 요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문제는 권력이다. 칼자루는 당이 아니라 청와대가 쥐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가 7·28 재보궐선거 이전 개각은 없다고 밝히자, 내각에 대한 개혁 요구가 쏙 빠진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비단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아래에서 올라오는 ‘정풍운동’은 헌법에서 정한 3권 분립, 즉 적어도 상식으로 되돌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야당에게도 대화할 수 있는 카운터파트가 생길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초선의원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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