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재계의 주장은 엉터리로 작성된 한국 정부의 통계를 토대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민주노동당·최저임금연대 공동주최로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최저임금의 국제적 동향과 한국의 최저임금 토론회’에서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통계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면 즉각 관련 자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 왜곡의도 없다면, 즉각 수정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년 회원국의 최저임금 절대액과 상대적 수준을 발표한다. 2008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 풀타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0.32로 법정최저임금 제도가 있는 21개 OECD 회원국 가운데 17위에 머물렀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0.39로 18위에 그쳤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회원국의 최저임금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최저임금 데이터베이스를 운용, 이를 토대로 2년마다 ‘Global Wage Report’를 발표한다. 2008년 11월에 발표된 최신 자료에 따르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상대적 비율에서 한국은 통계가 제시된 59개국 중 48위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저임금위원회는 OECD나 ILO 같은 국제기구의 통계보다는 영국의 최저임금 심의기관인 저임금위원회(Low Pay Commission)의 자료를 즐겨 쓴다. 영국 저임금위원회의 자료에는 호주·벨기에·캐나다·프랑스·그리스·아일랜드·일본·네덜란드·뉴질랜드·포르투갈·스페인·영국·미국 등 13개 국가의 실태만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최임위는 영국의 자료에 우리나라 자료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비교해 왔다. 이런 방식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07년 기준 48.5%로 프랑스나 뉴질랜드보다 낮지만, 미국·일본·영국보다는 높다.

최임위의 이 같은 비교방식에 대해 윤진호 교수는 “자료 왜곡이며, 이런 자료를 쓰면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최임위는 한국의 최저임금 자료를 억지로 월급으로 환산해 월 정액급여와 비교한 뒤 이를 시급기준으로 제시돼 있는 다른 나라의 자료와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이런 비교 방식은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자료 부풀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1시간 최저임금으로 햄버거 하나도 못 사"

최임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시급 기준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평균임금·중위임금 수준과 비교해 보면 2008년 6월 현재 중위임금의 43.6%, 평균임금의 34.2%로 나타난다. 그런데 최임위는 이것이 "유급주휴임금제에 따른 주당 8시간분이 감안되지 않아 과소추정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최임위는 최저임금을 월액으로 환산하면 월 중위수 정액급여 대비 44시간 기준으로 57.6%, 40시간 기준으로 53.3%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월 정액급여 대비 44시간 기준으로 45.4%, 40시간 기준으로 42.8%에 달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최임위의 급여 환산 방식은 매우 무리한 가정을 사용함으써 월급여액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2008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가운데 유급주휴수당을 받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시간외수당을 받는 사람이 6%, 유급휴가를 받는 사람이 8.6%, 주 5일제를 적용받는 사람이 1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정액급여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34.6~38.15%, 임금총액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4.9~27.4%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1시간 일해서 받는 최저임금으로 맥도널드 빅맥버거를 몇 개나 살 수 있는지를 조사한 ‘McWage Index’를 보면,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으로는 빅맥버거 0.7개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국제사회 내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수준은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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