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 포함된 퇴직금 소송 진행과정

퇴직금은 퇴직할 때 지급되는 급여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연봉계약제가 퍼지기 시작하더니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해서 매월 분할해 지급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연봉계약서에 퇴직금 해당액수가 명확하게 명시돼 있기만 하면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있다는 해석을 내려 퇴직금을 월급에 나누어 주기 방식을 유행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구 근로기준법 제34조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8.3.24. 선고 96다24699 판결, 대법원 2002.7.12. 선고 2002도2211 판결 등 참조)는 일관된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동부에서도 퇴직금을 매월 분할 지급할 수 있는 요건(근로자의 자발적 요청, 입사 1년 후 퇴직금 지급요건이 충족된 기간에 대해서만 정산)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사업장이 많았던 터라 근로자들은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 외에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하급심에서는 주로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원칙적으로 모두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이라고 할 것이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한 금원은 퇴직금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 후불적 임금이라는 퇴직금의 성격, 근로기준법상 임금인지 여부의 판단은 명칭을 불문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서울지법 의정부지원 2002.5.8 선고 2002가소1707판결, 부산지방법원 2001.7.12 선고 2000나16500판결 등)는 판결을 내렸다.
위 판결에 따르면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사업주는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퇴직 전 3개월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 기존에 퇴직금명목으로 지급한 금원과는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2007.11.30 선고 2006나86698) 판결에서는 위 하급심판결을 뒤집고, ①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은 임금이 아니고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사업주에게 반환해주어야 한다 ② 사업주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고 퇴직금채무와 상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에서는 ①항은 수용했고, ②항에 대해서는 상계가 가능한 범위를 퇴직금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범위라고 제한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해 화제가 되고 있다.
위 사건은 대법원 선고를 받는 데까지 4년9개월이 걸렸는데, 진행과정과 판결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건개요(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회사를 퇴직한 원고들(26명)이 피고회사에게 퇴직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이다. 피고회사는 보수규정을 개정하면서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되 급여에 포함시켜 매월 지급함을 원칙으로 하고, 연봉계약을 체결할 때 각 근로자별로 연봉총액을 본봉․수당․퇴직금․상여금 등으로 그 항목을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해 퇴직금중간정산제를 실시하게 됐다. 이에 따라 피고회사는 원고들로부터 연봉계약신청서를 받아 이에 근거해 연봉액 결정 등에 관해 개인별 협의과정을 거친 후 1년 단위로 연봉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위 연봉계약서상에 퇴직금 항목으로 명시된 부분의 금액을, 매월 분할한 연봉금액과 함께 매월 균분해 지급받았다.

사건의 쟁점과 대법원의 판단

가. 월급에 포함해 지급한 퇴직금은 임금인지, 부당이득인지 ☞ 부당이득

대법원의 판단 :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된 경우가 아닌 한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해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무효다. 따라서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자는 퇴직금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위 판단에 대해 일부 대법관은 “퇴직금 분할 약정에는 ① 매월 또는 매일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것과 ② 그 금원의 명목을 퇴직금으로 한다는 것 두 가지 약정이 포함돼 있는데 무효인 것은 ②항이고, ①항은 유효하므로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을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해 상계를 허용할 경우 사실상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을 퇴직금으로써 효력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나. 사용자는 부당이득 반환채권을 가지고 퇴직금 채권과 상계가능한지 ☞ 가능

원칙적으로 임금과 퇴직금은 상계가 허용되지 않으나,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 지급된 경우 그 초과 지급된 임금을 정산, 조정하기 위한 상계가 일정한 한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데, ①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퇴직금 채권은 퇴직금 지급이라는 본질이 동일한 점 ② 퇴직금에서 기존에 이미 지급한 퇴직금 상당액을 공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공평의 견지에서 당연한 점 ③ 이미 퇴직한 후이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우려가 없는 점 ④ 양 채권과의 상계는 퇴직금액의 정산, 조정방법에 하나에 지나지 않으므로 상계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에 대해 ① 계산의 착오가 아닌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의도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한 점 ② 퇴직 후 퇴직금을 한꺼번에 상계당하게 되면 퇴직 후 안정된 생활을 보장한다는 퇴직금의 사회보장적 성격이 훼손되는 점 ③ 퇴직금 명목의 금전이 부당이득인지 임금인지 다툼이 있는 경우에도 상계를 허용한다면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는 점을 들어 상계가 불가능하다는 소수의 반대의견이 제시됐다.

다. 상계의 허용범위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금지채권으로써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민법 제497조)돼 있으므로 사용자는 퇴직금 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상계가 가능하다. 즉 100만원의 퇴직금 채권이 있는 경우, 30만원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있다면 모두 상계가 허용되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70만원이 있다면 최대 50만원까지만 상계가 허용된다.

마치며

물론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모든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에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게 된 과정(임금변동, 근로자의 동의, 회사규칙 등)에 따라서는 월급에 형식적으로 기재된 ‘퇴직금’은 임금에 해당할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실상 퇴직금을 미리 지급할 수 있는 요건을 대폭 완화시켰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한 근로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근로관계에서 약자인 근로자입장에서 지급된 급여의 각 항목의 명분을 따지는 것은 어렵겠지만, 부당이득이 돼 반환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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