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노동자가 근로업무를 수행하거나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출·퇴근은 노무 제공이라는 업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출·퇴근 방법과 경로 선택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즉 노동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을 때 업무상재해로 인정되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가 수행하는 근무의 특성, 출·퇴근시간, 출·퇴근을 할 때 다른 방법이 있는지 여부, 노동자가 선택한 출·퇴근의 수단에 대해 사업주가 알고 있는지 여부도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그렇다면 새벽에 퇴근을 해야 하는 환경미화원이 오토바이로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복지공단 업무상재해로 인정 안해

대전도시공사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던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7월 새벽 3시20분쯤 근무를 마치고 자신의 오토바이를 운전해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전 문화동 세이백화점 앞 도로를 지나다가 무단횡단하던 행인과 충돌해 넘어지면서 ‘좌측 경골 간부 비전위골절’이라는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이날 사고가 업무상재해라고 보고 같은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했다. 공단은 그러나 “김씨의 출·퇴근에 이용된 오토바이가 김씨 개인 소유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니고, 사업주가 원고에게 오토바이에 의한 출·퇴근과 관련한 별도의 비용을 지급한 내역이 없다”며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공단의 논리는 오토바이 관리·이용권이 사업주의 지배 아래 있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이에 대해 “퇴근하는 새벽시간은 택시 외에 마땅한 대중교통수단이 없으므로 오토바이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주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법 “택시 이용 현실적으로 어려워”

김씨의 근무시간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다. 사업주는 출·퇴근용 통근버스를 따로 제공하지 않았다. 퇴근하는 시간대에는 버스도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김씨는 오토바이를 이용했다. 김씨가 오토바이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이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은 택시밖에 없었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하루 6천900원이 드는데, 출근 때 필요한 버스비 950원을 합하면 매월 19만6천250원의 교통비가 소요된다.

대전도시공사는 김씨의 이런 출·퇴근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별도로 연료비나 보험료·차량정비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다만 수당인 교통비 명목으로 주간에 출·퇴근하는 노동자보다 4만원 더 많은 14만원을 매월 지급했다.

대전지법은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경로 선택이 원고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업무의 특성상 출·퇴근의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원고의 출·퇴근 수단에 대해 사업주측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한 바도 없기 때문에 원고의 출·퇴근과정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야간·심야근무의 특성상 퇴근시 택시 외에는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점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수준의 원고에게 퇴근 때마다 택시를 이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점 △사고가 원고의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관련판례]

대전지방법원 2010년4월1일 선고 2010구단35
대법원 2008년3월27일 선고 2006두2022
대법원 2004년11월25일 선고 2002두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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