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산재사고가 급증하면서 재해자수가 20년 전 수준인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고성 재해자수는 2만7천6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고, 같은 기간 평균에 비해 10.3% 늘어났다.

지난해 노동부는 1년 동안 산업재해자 1만명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10년간 재해율이 0.7%대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노동부는 재해가 많은 22개 업종 1만200개 사업장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해당 사업장에 대해 재해예방사업을 집중지도하기로 하고 총 1천955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산재 통계는 정부의 이 같은 목표와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산업재해자는 1만명 줄어들기는커녕 2009년 말 2.1% 증가했다. 정부가 산재감소를 위해 공을 들였던 5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자는 1년 동안 오히려 8.9% 늘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의 재해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고, 50~99인 사업장의 재해자는 17% 증가했다.

이 같은 통계는 정부의 안전보건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나라의 안전보건정책은 정부 일방의 규제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수도 없이 많은 규제를 만들고 사업주에게 이를 지키라고 한다. 반문해 보자. 과연 우리나라의 사업주들은 규제를 지키고 있을까. 좀 더 심하게 이야기해서 우리나라의 사업주는 안전보건의 규제를 알고나 있을까. 역시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은 안전보건의 노동자 권리를 알고나 있을까. 우리의 안전보건정책은 노사를 배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달했을 뿐이다.

안전보건정책이 실패한 또 다른 이유는 고용구조 변화에 따른 정책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특수고용직노동자가 10년 전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규범에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소규모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안전보건에 가장 취약한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비정규직·특수고용직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장치의 미비는 산업재해를 줄이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고용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산업구조 변화도 나타났는데 이에 따른 정책적 변화도 거의 없다. 10년 전 우리나라의 주된 산업인 제조업에서 지금의 주된 산업인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 정책은 아직도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채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높은 산업재해 증가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제조업의 산업재해 위험요인이 시설과 장비에 있었다면 서비스산업의 위험요인은 사람을 대면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특성을 연구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보건정책이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안전보건서비스는 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이다. 이는 단지 공급자에 의해 만들어진 정책으로 노동자나 사업주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검진과 측정에 완성도를 어떻게 높일까가 정부의 주된 고민이었다.

이제 공급자 중심의 정책에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과감히 변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안전보건의 주요정책이 사업주의 위험성 평가인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으로 산업재해 건수를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의 효과라기보다는 발생한 산업재해를 숨기는 은폐의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정부의 발표보다 적어도 수 배에서 수십 배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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