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우울증을 느끼거나 자살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화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은 지난 5일 한국인구학회 전기 학술대회에서 ‘근로의 특성과 정신건강과의 관련성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2007·2008년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주 이상 연속으로 우울감을 느꼈는지 여부에 대해 “있다”고 응답한 비정규직의 비중이 정규직보다 높게 나타났다. 남성 비정규직(9.0%)이 남성 정규직(6.9%)보다 높았고, 여성 비정규직(18.3%)도 여성 정규직(15.3%)에 비해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남성의 경우 정규직(5.6%)에 비해 비정규직(12.0%)에서 자살 생각을 한 집단의 비중이 높았다. 여성도 비정규직(22.1%)이 정규직(15.6%)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우울감과 자살에 대한 생각 모두 남성보다는 여성이 경험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남성 가운데 “감정을 숨기며 일한다”고 응답한 집단에서는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1.93배 높은 우울감을 보였다. 시간에 쫓기며 일한다고 응답한 집단에서는 자살생각을 1.78배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불편한 자세로 일을 하고 시간에 쫓기는 집단에서 높은 우울감을 보였다.

이 연구원은 “비정규직 고용은 더 이상 소수의 근로자·여성에게 국한되지 않고 고학력 남성에게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고용형태로 변했다”며 “남성들에게 비정규직 취업이나 비정규직으로의 변화는 여성과 비교할 수 없는 상실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노동가능인구인 만 15~64세 이하 남녀 8천824명 중 임금근로자에 포함되는 1천875명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정규직이 58.9%, 비정규직이 41.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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