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금속노조 핵심간부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술렁이고 있다.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미수사건으로 노동계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지 불과 1년6개월 만에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노조 여성위원회로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고, 가해자는 김영재 전 사무처장으로 밝혀졌다. 그 뒤 노조는 김 사무처장 업무정지(27일)→임원회의 열어 대응책 모색(31일)→중앙집행위원회 열어 김 사무처장 사퇴 처리(1일)→가해자 사과문과 위원장 공식입장 노조 홈페이지에 게재(3일) 등의 수순을 밟았다.

이번 사건이 1년6개월 전 민주노총 사건과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피해자로부터 사건이 접수된 뒤 노조는 비교적 빠르게 수습절차에 돌입했다. 피해자에 대한 신분보호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점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뒤늦은 대응이 피해자에 대한 2차, 3차 가해로 이어졌던 예전에 비하면 개선된 부분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노조는 3일 위원장 명의의 공식입장을 통해 “조합 내에서 성폭력·성폭행·폭행·도박 등으로 도덕적 생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사전조치들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빠져 있다. 올해 사업장 단체협약 통일요구안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조항을 강화했던 노조가 정작 자기 조직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1년6개월 전 발생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뚜렷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불과 몇 달 전에도 성폭력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한 지역지부의 남성간부가 여성조합원의 학력을 비하하고 욕설을 한 사건이다. 이 사건 때문에 노조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결국 위원장이 공식사과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말뿐인 사과, 입으로만 하는 혁신으로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를 근절할 수 없다. 이런 마당에 노조 내 각 정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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