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출신의 한 불법취업 여성이 2년반 동안 미국의 한 가정에서 월급도제대로 받지 못한 채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한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미 주류 및소수계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5일 `미국 풍요 속의 한 노예생활'이란 제하의 일요리포트를 통해 지난 96년 이모의 권유로 미국에 온 수피크 인드라와티(33)가LA 서부 부촌 랜초 팔로스 버디스의 한 가정에서 하루 12시간씩 1주일 내내 집안일을 하고도 월 150달러밖에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주인의 발톱을 다듬어주고성폭행까지 당하는 등 거의 노예생활을 하다시피했다고 전했다.

이혼녀인 인드라와티는 노동허가증없이 일을 한 게 탄로날까 두려워누구에게도 하소연을 하지 못했으며 인도네시아계 집주인 로버트 리(56. 사업가)의딸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던 이모 시티 파시나(51)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도망치지도못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인드라와티는 집주인에게 여권을 압류당한데다 `생큐'(Thank you)와 `엑스큐스미'(Excuse me)밖에는 영어로 할 수 없었으며 인근 주민들이 자신의불법취업 사실을 당국에 신고할까봐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집주인은 노동허가증이 없기 때문에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위협까지 했다. 인드라와티는 통역을 통한 인터뷰에서 로버트 리의 집에 혼자 남아 있는게 두려웠다며 "그건 지옥에 있는 것과 같았다"고 술회했다. 자신의 일기장엔 `여섯번이상강간을 당했다"고 적었다.
LA타임스는 인드라와티의 시련, 수십차례의 인터뷰, 법정 및 연방수사기록들을 보면 노예제도가 아직 미국에서 사라지지 않았음(slavery is not dead inAmrica)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BMW 등 고급승용차를 모는 의사와 사업가들이 많이 사는 전망좋은 태평양연안의 이런 부촌에서 인드라와티와 같은 `노예생활'이 있을 수 있다고전했다.

미 이민귀화국(INS)의 수사요원인 스콧 모리스는 LA지역에만 약 1만명의불법이민자들이 공장, 레스토랑, 농장, 사창가, 가정에서 강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국적으로 매년 5만명이 불법입국하고사실상의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들은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미국인에게는 형편없지만 모국에서는 큰 돈으로 여겨지는 적은 봉급을 받고 일하지만 불평하지못한다.

신문은 인드라와티와 집주인 로버트 리가 같은 인도네시아계로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런 노예상황은 노동조건이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만 당국의 관심을 사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 10년간 잘 듣지 못하거나 말을 더듬는 멕시코인들이 뉴욕에서노예생활을 하고 라트비아계 여성들이 시카고에서 나체춤을 강요당했으며 태국근로자들은 엘 몬티(LA동부)의 한 철조망쳐진 공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해사회문제화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드라와티는 98년 집을 방문한 이모와 이웃의 도움으로 자신의 노예생활을 당국에 신고하게 됐고 연방법원은 99년 12월 집주인 로버트 리에불법취업 외국인 은닉 및 고의적인 최저임금 미지급 죄목으로 징역 27개월을선고하고 인드라와티에게 5만1천여달러를, 지난 90년부터 6년간 로버트 리 집에서일했으나 한푼도 받지못한 파시나에게 4만9천여달러를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인드라와티 사건을 수사했던 LA 셰리프(보안)국의 토니 월숀은 "우리가 악과싸우고 있다고 확신했다"며 "인드라와티 처지는 가택연금과 같았다"고 말했다.

로버트 리는 유죄인정 감형이 아닐 경우 최고 징역 21년에 처해질 수 있었다.

연방검사는 리의 강간혐의를 물증이 없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인드라와티와 파시나는 지금까지 2천700달러밖에 받지 못했는데 로버트 리의 변호사는 리가 출옥후 일자리를 갖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민사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인드라와티와 파시나는 임시노동허가를 얻어 웨스트 LA에서 시간제 보모로 일하고 있으며 시간당 10달러의 임금을 받고 있다. 안드라와티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인도네시아에 있는 아버지를 위해 작은 농지를 샀다. 운전면허취득공부를 하고 있는 안드라와티는 "지금은 내가 기대했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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