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법은 무엇인가. 법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한 국가에서 노동에 관한 법이 노동법이다. 그것이 노동자를 위한 법일 수도 있고, 노동자에 관한 법일 수도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도 노동법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 이른바 로드맵, 즉 노사관계선진화입법을 추진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논의하고 노동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올해 초 노조법 개정은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와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를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노동법이라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아님을 보여 준다.

2. 그래서 노동법을 공부한다고 해서 노동자를 위한 법을 공부하는 자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노동법교수라고 해서 노동자를 위한 교수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그 자가 말하는 노동법이 과연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당신은 지금까지 종종 노동법을 교육받았을 것이다. 때로는 회사가, 때로는 노동조합이 진행한 법률교육을 받았다. 당신은 지금까지 노동법에 관련된 TV토론을 봤을 것이다. 다양한 주제에 관해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는 노사의 대표자와 교수 등을 봤다. 그들의 말이 법률용어로 어려워도 당신은 누가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말하고 있는지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회사가 연수교육과정에 초빙한 강사 김○○는 말했다. “노동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고, 그 법의 내용은 … 다.” 노동조합이 조합원교육시간에 초빙한 법률원 변호사 김○○은 말했다. “노동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고, 그 법의 내용은 … 다.” 모두가 노동자를 위한 법이고 그 내용에 관해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을 말한 것은 아니다. 분명히 노동자를 위한 법이라고 말하고 그 법의 내용을 말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그는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을 말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노동법의 내용, 즉 법률의 내용과 그 해석에 관한 법원의 판례와 학설을 말했을 뿐이다. 그가 노동법을 말할 때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보호하기 위해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는지를 노동자는 살펴봐야 한다.

노동법은 노동에 관련된 법이고 따라서 자본과 국가의 공간에서 보장되는 노동의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자본의 공간에서 노동의 권리와 의무, 즉 지위에 관해 정한 것일 수도 있고, 한 국가의 공간에서 자본에 대한 노동의 지위를 정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에게는 노동법은 국가와 자본의 공간에서 노동의 권리를 확보하고 지켜 내야 하는 노동자의 권리문서일 수밖에 없다. 이 권리문서의 내용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가 확보될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 이 권리문서의 해석을 둘러싸고 노동과 자본은 격렬하게 대립하고 투쟁한다. 현장에서 노자 간의 투쟁은 법원에서 노자 간의 쟁송이 되고, 학교에서 학설의 대립이 된다. 판결과 학설은 중립의 법정과 교실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것은 판결과 학설이 중립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특히 노동법에 관한 판결과 학설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중립의 가면을 쓰고 판사는 판결하고 교수는 학설을 말한다. 그들의 판결과 학설은 편파적이다. 노동자를 위한 판결이거나 아니면 사용자를 위한 학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립의 가면은 편파적인 그들의 판결과 학설을 덮어 준다. 그래서 노동법은 노동자를 위하는 법이고 그들의 판결과 학설로 노동법을 말하는 자도 중립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강사 김○○는 어제 회사를 위해 노동법을 강의했고 오늘 조합원을 위해 노동법을 강의한다. 그래도 김○○는 노동자를 위한 법, 노동법을 강의하는 자로서 어디서나 당당하다. 그러나 김○○는 당당해도 노동자는 그가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 법을 해석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살펴야 한다.

3. 노동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고 노동에 관련된 법이다. 이 법은 일반법에 대한 특별법이다. 노동법은 노동운동에 의해 자본주의국가에서 일반 민형사법의 적용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지위를 정한 법이다. 이 법은 자본의 공간에서 노동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이를 정한 법이다. 자본주의국가 법질서에서 민형사법은 자본의 권리와 활동을 보장한 자본의 지배공간이다. 이 자본의 공간에서 노동운동은 노동법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국제노동운동으로부터 이 노동법을 선물받았다. 대한민국 노동자는 자신이 투쟁해 쟁취한 법이 아니었으므로 이 노동법을 몰랐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통해 노동법을 선물받게 됐지만 그 선물이 투쟁을 통해서만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60년이 흘렀다. 모든 것은 뒤죽박죽이었다. 헌법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법률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금지했다. 파업은 노동기본권 행사로 보장된다고 헌법재판관이 말했지만 단순히 노무제공을 하지 않는 파업조차도 국가는 처벌한다. 국제노동운동이 전해 준 선물을 아직도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풀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노동법은 노동자에게 최저 수준의 근로조건상 권리가 보장돼 있다는 것에 그친다. 대한민국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등으로 최저 근로조건을 보장받았지만 이를 넘어 노동자 조직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의 자유는 보장받지 못했다. 이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자본의 공간에서 소유와 지배에 관한 자본의 독점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공유와 참여를 쟁취하지도 못했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등에서 근로자에게 보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면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법은 그야말로 노동자의 최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한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 노동법이 위치하고 있다. 이미 200여년 전 영국의 공장법시대도, 노동운동을 국가가 법으로 탄압하던 130년 전 독일의 비스마르크시대도 국가가 최저 근로조건을 법으로 규정해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법이 존재하지만 노동법의 공간은 협소하다. 법률과 법원의 판결은 노동법을 근로조건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 가뒀다. 그리고 법원은 자본의 활동을 위한 법해석기술의 가위로 노동법을 재단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를 위한 법, 노동법의 실체이고 그 내용이다. 아직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은 진정으로 아직 노동법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지 못했다.

4. 노동법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노동법이 당장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자본의 공간에서 노동자가 단결해 활동할 자유, 노동기본권의 행사가 보장돼야 한다. 소유와 지배의 자본 독점의 공간에서 노동자의 공유와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의 노동법의 역사가 그래왔던 것처럼 무엇을 어디까지 보장받게 될 것인지 모든 것은 노동운동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강도와 폭에 의해 노동법은 상법과 민법을 넘어설 수 있고 아니면 그 앞에서 지금처럼 주저앉아 있을 수도 있다. 노동법은 자본주의국가 법 질서를 세운 시민혁명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이에 관한 주장은 자본주의국가 법질서에 반하는 것이었다. 프랑스혁명 당시 르샤플리에법을 제정해 이러한 노동자의 권리 주장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시민혁명 이후 100년의 노동운동에 의해 자본주의국가 법질서 내에서 노동법은 자리 잡았다. 장차 노동법이 자본주의국가 법질서에서 어떻게 위치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는 단지 이미 확보된 다른 나라에서 노동법의 위치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노동운동에 의해 노동법이 자본주의국가의 기본법인 민사법체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 노동법이 노동자의 단결과 단체교섭·단체행동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어떠한 방향으로 어느 정도까지 보장될 것인지는 노동운동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소유와 지배의 자본 독점체제를 노동이 자본과 공유하고 참여하는 체제로 노동법이 나아가는 것도, 나아가 노동이 새로운 법질서를 구축하는 것도 노동운동에 달려 있다. 자본의 공간에서 노동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 이것은 노동운동에 의해 노동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시민혁명이 창조한 헌법의 국민주권, 기본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도 노동운동에 의해 노동법, 즉 노동헌법에 의해 새롭게 규정될 수도 있다. 민법과 상법의 기본원칙과 제규정들이 폐기되고 노동법이 새롭게 규정한 것들로 채워질 수도 있다. 노동운동이 노동법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은 대한민국의 노동법이 가야 할 길을 정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노동운동은 대한민국 노동법을 새롭게 새김으로써 세계 노동자들에게 60여년 전의 선물에 대한 답례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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