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권 내에서의 성폭력에 대해 더 이상은 눈감아서는 안된다는 여성사회단체들의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시작돼 주목되고 있다.

서울여성노조, 운동사회내 가부장성과 권위주의 철폐를 위한 여성활동가모임 등 5개 노동·시민·학생단체들은 지난 20일 이화여대에서 '이제는 말하자, 운동사회 성폭력' 제하의 긴급토론회를 갖고, 운동사회내 성폭력 문제의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이날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이미 사회운동권내에 빈발하는 성폭력 문제를 조직보호 논리에 휘둘려 더 이상 감춰져서는 안된다는 것에 있다.

토론회에 부쳐 펴낸 글에서도 "운동사회는 사회진보적인 이념을 표명해왔음에도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기성세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저 조직보위 논리를 앞세워 용기를 내 문제제기를 하는 피해자에게 또다른 희생을 요구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한다"고 말하는데서 왜 이 토론회를 열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의 의도가 잘 드러나고 있다.

* 그동안 사회운동권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그동안의 사회운동권 내에서의 성폭력 사건은 사회운동권내에서 성폭력이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됐음을 재확인시켜주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이들 단체들에 의해 지난 민주노총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대회장에서 본격 제기됐던 금속산업연맹, 보건의료노조, 미디어오늘 등에서 벌어진 3건의 사건 이외에도 서울대·수원대 학생회 임원, 진보적 출판사 임원, 장원 녹색연합 전 사무총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이미 사회운동권내에 만연돼있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앞서 제기됐던 3건의 경우는 모두 노동단체 또는 유관단체의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노동운동권내에서도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조직보위 논리에 의해 사건을 은폐·축소됐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운동권내 성폭력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

여성단체들은 이같이 사회운동권 내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의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내 권력을 무기로 성폭력을 자행하거나 △만취해 기억이 없다거나 △조직보위를 위해 은폐·축소·왜곡되고 음모론에 휘말리는 것 등이다. 이는 성폭력의 문제의 성의 문제가 아니라 성별역할 분담을 공고화시키는 권력독점에 의한 고질적인 병폐라는 것.

이에 진정한 조직보위를 위한 길은 조직내 민주화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때문에 이제는 공론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이들 단체들은 이제는 입을 다물지 말고, 조직스스로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양희 서울여성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80년대가 아닙니다.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 조직보위의 논리로 성폭력 문제를 방치했기 때문에 21세기인 현재까지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

이제는 사회운동권 스스로가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조직은 스스로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