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 기능·사무의 지방이양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일방통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분권촉진위의 결정에 따라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해야 하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노동부와 지방분권위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방이양이 결정된 산업안전보건·차별시정 등 11개 기능 37개 사무에 대한 지방이양 실천계획을 지방분권위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위의 결정을 대통령이 재가하고 분권위가 이를 해당 부처에 통보하면, 각 부처는 지방으로 이양될 사무와 관련해 인력·예산지원과 법 개정 등을 담은 실천계획을 한 달 안에 지방분권위에 제출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 업무의 지방이양이 결정된 노동부의 경우 당초 지난달 16일까지 실천계획을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 기능은 그 자체가 지방으로 이양하기에 행정체계상 무리가 많기 때문에 실천계획서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지방분권위가 해당부처와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노동부 업무의 경우 지방이양 검토대상이었던 14개 기능 57개 사무에 대해 해당부처가 전부 반대의견을 냈지만 결정이 보류된 것은 3개 기능 20개 사무뿐이다. 노동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제기준과 예상되는 부작용 등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했음에도 지방분권위원들이 얘기 자체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방이양 실천계획서를 제출한 환경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올해 낙동상 수계 물관리 등 지방이양이 결정된 4개 기능 23개 사무에 대해 대부분 반대의견을 제출했지만, 지방분권위는 극히 일부만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통령 재가까지 나는 바람에 실천계획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지방이양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행정기관뿐 아니라 업무를 떠안아야 할 지자체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방분권위는 지방이양 대상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지자체와 공문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방이양 소식을 언론에서 접한 지자체 간부들이 중앙부처에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공급-수요조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지방분권위가 안타깝다”며 “지방이양이 결정된 대부분의 업무에 대해 대다수 지자체에서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Tip) 대통령 소속 위원회

각종 법률이나 대통령령에 따라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된다. 자문위원회와 행정위원회로 나뉜다. 참여정부 시절 31개까지 확대됐다가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행정조직 개편에 따라 8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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