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24일 브리핑을 통해 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점검·감독 내실화, 중장기적인 산업안전보건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23일 밝혔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 산재 발생률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1~4월 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산재 1만명 감소 목표' 실패로

지난해 1월 노동부는 1년 동안 산업재해자 1만명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00년 이래 재해율이 0.7%대에서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노동부는 재해가 많은 22개 업종 1만200개 사업장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해당 사업장에 대해 교육·기술·재정지원·점검(감독)을 비롯한 정책수단을 최대한 연계해 재해예방사업을 집중하기로 하고 총 1천955억8천만원을 투입했다.
특히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기업들의 산재예방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자, 50인 미만의 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상반기가 끝난 뒤에는 재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5인 미만 제조업 1만개, 서비스업 8만8천개를 선정해 기술 등을 지원했다. 희망근로사업으로 재해가 급증한 임업에 대해서도 기술지원과 점검을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산재 통계는 정부의 이 같은 목표와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2008년 말 9만5천806명이었던 재해자는 1만명이 줄어들기는커녕 2009년 말 2.1% 증가했다. 정부가 산재감소를 위해 공을 들였던 5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자는 1년 동안 오히려 8.9% 늘었다. 임업과 기타사업은 각각 85%, 12.6%로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1~3월 산재는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올해는 재해율 증가세 가팔라져

노동부에 따르면 1~3월 발생한 재해자는 2만3천426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천917명(8.9%) 증가했다. 재해율도 0.17%로 0.01%포인트 늘었다. 사고성 사망자는 307명으로 9.7% 감소했고, 사고성 사망만인율도 0.22로 0.03포인트 줄었다.
대형사고는 줄었지만 전체 재해는 증가추세가 여전함을 보여 준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분기 만에 재해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던 지난해 9월(1.3%)에 비해 올해 1~3월 재해자 증감 폭(8.9%)은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해율 증감 폭도 2008년 9월(0%) 이후 처음으로 6.3%(0.01%포인트) 늘어났다. 업무상질병재해율은 2008년 3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올해 중단됐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부터 제조업 재해자수를 추월한 서비스업의 재해 증가가 여전하다. 1~3월 음식숙박업·건물과 종합관리사업·위생 및 유사서비스업 등 ‘기타 사업’의 재해자는 8천691명(37.1%)으로 전체 재해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9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재해자 증가 폭(14.7%)과 사고성 재해자 증가 폭(15.3%)도 전체 업종 중 최고였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올 들어 서비스업 재해예방실을 신설하고 (사)한국음식업중앙회와 ‘서비스업 안전 더하기 사업’ 이행계약을 체결하는 등 서비스업 재해자 1천명 감소에 주력하고 있다. 서비스업 재해자의 무서운 증가세를 막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조업 산재, 다시 고개드나

그나마 재해가 감소했던 제조업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은 향후 재해예방사업의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한 해 8% 감소했던 제조업 재해자는 1~3월 10.2%나 증가했다. 정부가 서비스업 재해예방에 주력하고 있는 사이에 다시 제조업 재해예방에 구멍이 난 것이다.
제조업 재해 증가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재해가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체 재해자를 규모별로 보면 5~49인 사업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한 1만1천71명으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 재해자(4천434명)가 기타 사업 재해자(3천975명)를 웃돌았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정부 합동점검을 강화하고 집중 예방기간을 늘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노사 대표를 산재예방 정책결정에 참여시키고 서비스업종·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 산재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더 이상 단속 위주의 대책으로는 재해율 감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희망근로 산재, 이번엔 막을 수 있나
올해 1~3월 산재발생 통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임업의 재해발생자(-20.4%)가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년 동안 임업의 전체 재해자 증가 폭과 사고성 재해자 증가 폭이 각각 85%, 80.8%로 서비스업종인 기타사업보다도 많았던 사실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임업의 재해자 증감 폭은 희망근로사업과 직결돼 있다. 지난해 5월 25만명 규모의 희망근로사업이 재개된 뒤, 1~6월 산재발생 통계부터 임업의 수치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하반기 내내 전체 재해자 증가 폭과 사고성 재해자 증가 폭이 전체 업종 중 최고를 기록했다. 고령자나 미숙련자들의 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11월 진행된 희망근로사업에서 총 1천834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월 평균 306명꼴로 다친 셈이다. 희망근로사업의 재해율은 1.48%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율(0.7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런 가운데 희망근로사업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단됐고, 이것이 임업의 재해발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의 경우 10만명 규모의 희망근로사업이 3월부터 재개돼 6월까지 진행된다.
노동부는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최소 1회 이상 안전보건교육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노동부는 매달 희망근로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해 급박한 재해요인을 발견하면 즉시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지방노동청과 지청별로 관내 지방자치단체 등 희망근로사업 주관기관과 '산업재해예방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사업장 인근에서 산재예방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노동부의 이 같은 활동이 다음달 발표될 산재통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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