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내가 대통령이라면  -정민자-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지금…,
전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고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런 짓을 하겠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찾아가 참배하고
묘역 주변을 공원화하도록 지시하고
유가족 지원을 위한 법률 검토를 지시하며
슬픈 표정을 지으며 노 대통령 서거에 대한 유감 표명까지 할 것이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가
빠른 건강회복을 기원한다며 기도를 올리는 척한다.
나는
북한 김정일에게 획기적인 제안으로 남북대화를 요구한다.
북한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제안을 할 것이다.
결과는 몇 년 후 일이니까….
나는
북한 쪽이 부분적 도발을 하기를 기원하며
부분적 도발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다.
나는
권력분산을 위해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정치권에 제안한다.
내각제를 포함한 모든 권력분산에 관한 논의를 제안한다.
나는
쌍용자동차 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하여 농성 노동자 해산, 검거를 지시한다.
진압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부상자가 나오고
또한 사망자가 나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위와 같은 일들을 해서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악법 날치기, 불법투표(대리투표)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모면할 것이다
** 어떻습니까? 괜찮겠죠?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정신 차립시다! 놀라지 마시고요!
 
35. 눈물이 납니다  -김호영-

오늘 평택 집회 다녀왔습니다. 말 그대로 전쟁터이더군요. 회사 정문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최루탄이 섞인 물세례에 형광물질이 섞인 헬기 물주머니. 회사 근처까지 가보니 최루탄 냄새가 코끝을 스치더군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여기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더군요.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협의? 아침부터 울분을 토했습니다. 나름 힘세다고 자만하고 있었는데, 공권력 앞에서는 나약합디다. 우리 남편들은 이런 공권력을 이기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입니까? 내일부터는 쌀이 없어서 라면이랑 건빵으로 때운답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또 무너져 내립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자는 겁니까? 쥐새끼는 이 꼬라지를 보고도 못 본 척….
모두들 하루 종일 사자후 TV 켜놓고 혈압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입니다. 전, 한 번도 진다는 생각 안 했습니다.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들이 결코 만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남편이 밤샘 보초를 선다니까 잠이 더 안 옵니다.
우리 더, 더, 더, 더, 더 힘을 내서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내어 보입시다.
투~~~쟁!
 

36. 다시 희망과 믿음이 싹틀 수 있을까요?  -이자영-

“꼭 죽여야 끝나는가?
“살고 싶다!”
“가족, 사랑해!”
쌍용차 공장 안 컨테이너 벽에 농성 조합원들이 써놓은 글귀입니다. 이 사진을 보고 난 뒤부터는, 이 글귀만 떠올리면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집니다.
내 남편, 우리 이웃의 남편들을 뜨거운 공장 속으로 토끼몰이 해놓고 공중에서, 지상에서, 도장 공장 속에서, 말려죽이고 때려죽이고 떨어뜨려 죽이려 한 국가권력과 자본의 잔인함에 가슴이 무너집니다.
8월 4일에 이어 5일, 용산참사에서 사용한 것과 똑같은 진압용 컨테이너가 헬리콥터에서 옥상으로 내려졌습니다. 그 컨테이너 안에서 첨단 무기로 무장한 수십 명의 특공대가 튀어나오더니, 공장 옥상을 뛰어다니며 조합원들을 곤봉으로 내리치고 방패로 찍어댔습니다. 작업복 하나 달랑 걸친 조합원들을 말입니다. 피신하기 위해 족히 아파트 10층 높이는 되는 그 위험천만한 옥상을 조합원들이 뛰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녹슨 사다리에는 칸마다 한 명씩 매달리며 다급히 도망을 갑니다. 그러다가 두 명은 결국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습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년도 아니고 겨우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똑같은 진압작전으로 600여 명의 사람들을 사선(死線)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날 우리 남편은 바로 옆에서 가스통이 터지는 바람에 발목이 날아갈 뻔했다는 아찔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 문자 메시지는 이렇게 끝납니다. “지옥이다, 지옥. 생지옥이다! 살아남아야지, 꼭 살아남아야지. 저놈들 좋을 일 시킬 순 없으니 반드시 살아남아야지.” 우리 남편들은 그냥 싸우고 있는 게 아니고, 죽느냐 살아남느냐가 갈린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러 달려왔습니다. 7월까지 327명 검거, 132명 불구속, 9명 구속이라는 피해도 입었습니다. 그런데 더 무섭고 힘들었던 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온갖 방법으로 힘을 써도 달라지는 상황이 전혀 없다는 데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더뎠습니다. 입안에서는 쓴맛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한 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네 살 된 아이를 생각해서 밥상머리에 앉으면 밥이 넘어갔습니다. 정말 나는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에 푹신한 이불 위에 누우면, 또 남편들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 뒤척였습니다. 이 한여름에도 오한이 들어 긴팔 셔츠에 이불을 어깨까지 뒤집어 써야 잠이 들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매일 남편이 갈아입을 옷이랑 물 한 병을 들고 다녔습니다. 오늘이면 볼까, 내일이면 볼까…. 만나면 힘껏 껴안아주며 물을 실컷 먹이려고 했는데, 어제 평택 경찰서로 들어가는 남편을 간발의 차로 놓쳐서 보질 못했습니다. 서러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 투쟁이 승리인지 패배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쌍용차를 다니게 되건, 정리해고 돼서 협력업체에 근무하게 되건, 아예 회사에서 잘리게 되건…. 쌍용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깊지만, 이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과 관리자들과는 한 공간에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농성 조합원들의 가족들,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처가 깊습니다. 제일 큰일은 사회 일반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폭력과 비인도적 처사에 난자당하는 우리 아빠들을 보면서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다 큰 아이가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고 입안이 헐어 음식을 못 먹고 자다가 비명을 지르며 깹니다. 남자 어른만 보면 무서워서 우는 초등학생도 있습니다. 누가 치유해 줄 수 있을까요.
어제 조합원 가족 중 한 아내가 우리 아이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컵라면이요!” 그 다음에 먹고 싶은 건 뭐냐 했더니 김밥이랍니다. 아빠 얼굴도 못 보면서 저와 함께 농성한 우리 아이 체질도 농성에 맞추어졌나 봅니다. 착잡합니다.
화마(火魔)가 지나간 자리에도 기적처럼 풀꽃이 피어나던데요. 우리들 가슴에도 다시 세상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싹틀 수 있을까요.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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