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2006년 ‘그린 전자제품 가이드(Guide to Greener Electronics) 버전 2’를 내놓았다. 주요 전자회사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 제거에 대한 계획 및 정책, 폐기제품에 대한 기업의 책임(회수시스템 등) 등을 조사해 점수를 매겨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물론 가이드의 주요한 목적은 매립이나 소각으로 처리되는 폐기제품의 환경오염과 영향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리고 유해화합물질의 사용을 궁극적으로 금지시킴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유해물질 노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유해화학물질은 프탈레이트와 브롬계 난연제(Brominated Flame Retardants, BFR)가 대표적이다. 프탈레이트는 PVC 제품에서 가소제로 사용되는데, 생식독성물질과 내분비계교란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브롬계 난연제의 대표적인 물질은 PBDE(Polybrominated diphenyl ether)다. 잔류성·생물농축성·독성이 큰 물질이며 프탈레이트와 마찬가지로 내분비계교란물질이다. 일부는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물질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케이스 같은 플라스틱 재질에 포함돼 있으며, 화학적으로 안정한 결합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이 문제다.

2005년 한 보고서(Clean Production Action)에 따르면, 미국 7개 주의 10개 가정에서 먼지를 채취해 그 성분을 분석한 결과 프탈레이트·PBDE·농약·알킬페놀류·유기주석·PFOA/PFOS 등의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됐다. 프탈레이트·PBDE 등은 가정 내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케이스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04년에 발표된 다른 보고서에서는 가정·사무실·학교 등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에 쌓여 있는 먼지를 분석한 결과 PBDE가 검출됐다. 이제는 먼지조차 유해화학물질 덩어리인 것이다. 이렇게 오염된 먼지는 호흡하는 동안 우리 몸속으로 흡입되거나 피부로 흡수돼 우리 몸속에 축적된다. 미국·유럽·일본 여성의 모유에서 PBDE가 검출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유사한 연구결과는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 많다. 물론 그 농도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원하지 않는, 피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90년대에 브롬계 난연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연합은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독성이 큰 브롬계 난연제의 사용을 금지했고, 캐나다는 2006년 환경법에 일부 브롬계 난연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의 마인·캘리포니아·워싱턴·오레곤주 등은 2006년부터 브롬계 난연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마인과 워싱턴주에서는 내년에 대체 난연제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규제와 더불어 기업은 자발적인 계획이나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그린피스의 가이드는 이것을 평가한 것이다. 한국기업으로는 LG전자와 삼성이 10점 만점에 4점을 받았다. 평가 당시에는 PVC-free나 브롬계 난연제-free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전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이미 일부 기업은 PVC-free나 브롬계 난연제-free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으며, 자발적인 단계적 철수(phase-out)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07년 캐나다의 소비자 가이드 'CancerSmart3.0'에서는 전자제품의 브롬계 난연제의 유해성을 알리면서 주요 전자회사의 PBDE phase-out 계획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한국기업으로는 LG전자와 삼성에 대한 정보가 포함됐다.<표 참조>
이러한 기업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갑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